필리핀, '역사왜곡 논란' 개헌 요구 TV 광고에 정치권 발칵

박재하 기자 2024. 1. 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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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한 텔레비전 광고가 시민혁명으로 채택된 현행 헌법을 "실패"라고 규정해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주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서 황금시간대에 내보낸 이 광고는 1986년 시민혁명으로 20여년 넘게 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물러난 후 이듬해에 제정된 현행 헌법을 비판하며 개헌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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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헌법으로 "국가 발전이 저해되고 있어" 주장
선친 '독재 정권' 가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도
2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피플 파워' 혁명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위로 색종이가 뿌려지고 있다. '피플 파워' 혁명은 19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몰아낸 민주 혁명이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필리핀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한 텔레비전 광고가 시민혁명으로 채택된 현행 헌법을 "실패"라고 규정해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해당 광고의 제작 취지 등 진상 규명 요구가 빗발치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필리핀 야당 의원들은 최근 공개된 개헌 찬성 광고가 역사왜곡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필리핀 진보정당연합인 '마카바얀 블록'의 프랑스 카스트로 하원의원은 "이 광고에 투입된 자금이 국고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필리핀 대부분을 소유하기 위해 개헌을 시도하는 외국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주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서 황금시간대에 내보낸 이 광고는 1986년 시민혁명으로 20여년 넘게 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물러난 후 이듬해에 제정된 현행 헌법을 비판하며 개헌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현재 집권 중인 페르다닌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선친이다.

1987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은 마르코스 정권의 계엄령을 끝내고 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문제의 광고는 당시 별다른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현행 헌법은 (농민들보다) 도매업자와 사업가들을 풍요롭게 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헌법이 외국인 투자자의 토지 소유권을 탄압해 독점을 독려해 국가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에 더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헌법상 권리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비난도 나왔다.

특히 해당 광고에는 시민혁명의 무대였던 마닐라 EDSA 고속도로와 '배제하다'는 뜻의 타갈로그어 '에차푸웨라'(echapwera)를 합한 '엣자푸웨라'(EDSA-pwera)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이에 카스트로 의원은 "엣자푸웨라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 광고는 1987년 헌법이 농부와 학생, 지역 사업가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드셀 라그만 의원은 이번 광고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몰아낸 시민혁명을 "악마화하려는 현 정부의 노력 중 하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또 해당 광고의 제작사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필리핀 하원은 지난해 3월 현행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르코스 대통령 등이 자신들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개헌을 시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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