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전쟁이냐 평화냐 갈림길” vs 민진 “92공식, 대만을 홍콩처럼 만들 것”
오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최대 쟁점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다.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은 이번 선거를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로 규정하며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 재집권을 노리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실용적 양안 정책’ 계승을 얘기하며 국민당을 겨냥해 대만을 홍콩처럼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안 문제에 있어 ‘중립’을 표방하는 대만민중당(민중당)은 친중 대 반중 구도 속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중도층 표심에 힘입어 선전을 하고 있지만 양안 문제가 부각 될수록 존재감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총통 후보는 11일 신베이(新北)시의 한 호텔에서 자오샤오캉(趙少康) 부총통 후보와 가진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대만이 양극단 사이의 길에 놓여 있다. 외신은 대만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로 묘사하고 있다”며 “나는 국민당 총통 후보로서 중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화민국(대만) 헌법에 따라 건설적으로 중국과 교류하는 동시에 파트너들과 함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위한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후보는 거리 유세를 통해 국민당의 양안 정책을 비판했다. 라이 후보는 “허우 후보가 주장하는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한 양안간 합의)이 마지막까지 가면 대만은 홍콩처럼 될 것”이라며 “국방과 경제력을 강화하고 민주진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대만의 안보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전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양안 관계와 관련해 시 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반박하면서 “양안 관계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평화에 대한 이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에 대한 믿음을 환상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중국은 끊임없이 라이 후보를 견제하고 있다. 그가 지난 9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차이잉원 현 총통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자,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을 통해 “이른바 차이잉원 노선은 대만 독립 노선으로 대만 전쟁 위험과 사회 대립의 화근”이라며 “라이 후보는 대만해협을 격렬한 풍랑과 거친 파도의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중도를 표방하는 커 후보는 지난 11일 유세 현장에서 “지난 30년 동안 민진·국민 양당은 이념 문제를 논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현 단계에서 양안은 통일도, 독립도 불가능하고 국민 10명 중 9명은 현상 유지에 찬성하는데 왜 그렇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느냐”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나 한때 여론조사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선거 막바지에 양안 문제가 쟁점화되면서 다소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이다.
타이베이·신베이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료 공영주차장 알박기 차량에 ‘이것’ 했더니 사라졌다
- ‘블랙리스트’ 조윤선 서울시향 이사 위촉에 문화예술계 등 반발
- [전문]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 동문도 있다”
- 미납 과태료 전국 1위는 ‘속도위반 2만번’…16억원 안 내고 ‘씽씽’
- 고작 10만원 때문에…운전자 살해 후 차량 불태우고 달아난 40대
- 평화의 소녀상 모욕한 미국 유튜버, 편의점 난동 부려 검찰 송치
-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XX에게”···보험금청구권 신탁 내일부터 시행
- 경북 구미서 전 여친 살해한 30대…경찰 “신상공개 검토”
- 가톨릭대 교수들 “윤 대통령, 직 수행할 자격 없어” 시국선언
- 김종인 “윤 대통령, 국정감각 전혀 없어” 혹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