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에 KFC까지" 정용진 '노(No)피아식별' 행보 의견 분분

박미선 기자 2024. 1. 11. 16: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百·롯데마트·KFC에 SM엔터까지…'신세계유니버스' 벗어난 정용진 부회장 행보 연일 화제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이러다 용진이형이 쿠팡 로켓배송 후기까지 남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한 네티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유니버스를 벗어나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펼쳐 눈길을 끈다.

이런 활동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의견도 분분하다.

83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정 부회장은 '재계 대표 인플루언서'로 통한다.

그가 먹은 음식, 입은 옷, 방문 장소(핫플레이스) 등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아우르는 각종 콘텐츠는 온라인 상에서 뿐 아니라 오프라인 고객층, 언론 등에 끊임 없이 거론되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정 부회장의 행보가 유독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가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고, 찾는 아이템들이 '자사 제품'(신세계유니버스) 외부에서 있어서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각종 콘텐츠를 추천하는 그의 행보는 대한민국 재계에서 이례적이고 파격적으로 평가 받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그의 SNS에 SM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방문한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사진과 함께 "오디션 중"이라는 재치 있는 멘트를 달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진=정용진 부회장 스레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SM엔터테인먼트는 연예 매니지먼트사업 및 콘텐츠 제작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신세계그룹이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 '마인드마크'와도 일정 부분 사업 영역이 겹친다.

비단 이번 사례뿐 아니라 그간 정 부회장의 SNS에는 피아식별 없는, 경쟁사 브랜드를 언급하거나 홍보하는 콘텐츠가 주로 올라왔었다.

가장 최근 화제가 된 건 신세계푸드(송형석 대표) 계열의 햄버거 브랜드 '노브랜드 버거'가 아닌, 치킨·버거 브랜드 KFC 제품을 추천하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저녁으로 KFC를 먹는다"며 "후배(신호상 KFC코리아 대표)가 여기 사장으로 온 뒤 많이 바뀌었다, 한번 먹어봐라"는 글과 함께 제품 사진을 올렸다.

그 전에도 노브랜드·피코크·티스탠다드 등 이마트의 PB 브랜드의 경쟁사가 될 수 있는, 여러 제조업체 먹거리 상품을 SNS에 게시해 추천해 왔다.

지난해 하림의 더 미식 유니자장면과 차돌된장찌개 사진을 각각 올리며 "한번 먹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또 농심의 '먹태깡'과 한정판 제품인 '하얀 짜파게티', 미주 전용 제품인 '신라면 골드'를 SNS에 각각 올려 추천해 '농심 홍보대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2012년엔 당시 신제품이던 '신라면 블랙'의 사진을 한 달간 세 차례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적도 있다.

이 뿐 아니라 지난해 풀무원의 '식물성 지구식단 두유면' 사진과 함께 "맛있다"고 평했고, '아사히 왕뚜껑 맥주'로 불리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 국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킬 때 SNS에 제품 사진을 올리며 "안 마신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마신 사람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SNS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맥주는 '유통 라이벌'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 계열 롯데아사히주류가 수입·판매하는 일본산 맥주로, 당시 정 부회장의 SNS 글은 큰 화제를 모았다.

먹거리뿐 아니라 경쟁 유통사를 방문해 인증 사진을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아 레고를 구매하는 사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땡깡 부려서 하나 타냈음"이라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는데 당시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각종 커뮤니티 목격담을 통해 정 부회장이 자택 근처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가족들과 쇼핑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020년에는 롯데마트를 '공개 탐방'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롯데마트 방문, 많이 배우고 나옴"이라는 글과 함께 점포를 둘러보는 사진을 여러 장 게재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의 피아식별 없는 파격적 행보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신세계유니버스'를 강조하면서 그 밖의 브랜드와 제품을 계속 SNS에 올리는 게 의아하다", "노브랜드 가맹점주들 속타는 소리 들린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주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타사 제품 홍보하는 것 보면 안타깝다" 등 비판적 의견이 있다.

반면 "경쟁사의 우수한 제품을 인정함으로써 배우고 접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음엔 어떤 타사 제품을 홍보할지 궁금하다"는 등 긍정적 의견도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KFC를 언급하며 먹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하듯 정 부회장은 최근 KFC 제품을 추천한 게시물이 화제가 되자 재차 게시물을 올려 "점심에 노브랜드 버거 먹었다"며 "어떻게 하루종일 버거만 먹고 사느냐"며 신세계그룹 브랜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학계에선 이 같은 정 부회장의 행보를 그룹 마케팅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할까.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타사 제품을 개인 SNS에 올림으로써, 우리도 이런 걸 준비해야 하고 변화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 타사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며 "내부 직원들 역시 기업 총수의 행보를 보고 '분발해야 겠다'며 경각심을 갖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정용진 부회장은 음식에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먹거리에 진심인 사람으로 통하는데 그런 그가 선택했다는 건 그만큼 맛있고 인정할 만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영자로서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자기 브랜드만 고집하기보다 타사 제품을 언급함으로써 더 나은 걸 찾아서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 부회장의 행보가 업계에 긍정적 자극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행보가 외려 그룹 마케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교수는 "KFC와 함께 언급된 브랜드가 '노브랜드'였다"며 "마케팅은 한번 더 언급되는 게 중요한 것인 만큼 어쨌든 노브랜드를 대중에 알리고 이슈화한 것만으로 마케팅에 득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룹 마케팅에는 다소 마이너스 요소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 활동인 만큼 경영자로서의 활동과 별개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부회장의 SNS는 인플루언서로 부업일 뿐이고 신세계그룹의 사업과 관련해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며 "개인의 정체성이 뚜렷한 활동이 그룹에 해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앞서가는 라이프스타일 리더로서의 행위일 뿐 정 부회장의 사회적 정체성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