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과 결별···‘원칙과 상식’ 손잡고 제3지대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그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다)’를 인용하며 “제2의 건국에 나서는 각오로 새로운 정치에 임하고 싶다”고 밝혔다.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3명이 전날 탈당한 데 이어 이 전 대표마저 당을 떠나면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분열이 본격화됐다. 이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과 신당을 만든 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가칭 개혁신당과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고 탈당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검찰공화국’으로 지칭하며 “저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위기였다. 저는 이 국가적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검찰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여야는 그런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를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모든 것을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양극정치는 다양성의 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며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날 이 전 대표 탈당 회견에 앞서 공동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권을 도와줄 뿐”이라고 비판하며 탈당을 만류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원칙과 상식은 12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등과 함께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이 전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협력해야 한다”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신당(가칭)과 제3지대 통합신당을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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