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탈당 선언…"1인 정당으로 변질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더불어민주당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양당 독점의 정치구조를 깨기 위해 제22대 총선을 뛰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비이재명계) 3인방과 협력하겠단 계획인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후 지금까지 민주당에 몸 담아왔다.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 전 총리는 회견에서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졌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며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한 길을 가겠다.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자 말씀인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를 언급하며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며 "양당제를 끝내고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권형 대통령제 △특권없는 정치와 성역없는 법치 △R&D(연구개발) 지원 확대와 기업 규제 혁파 △중부담·중복지 △제2의 한류 확산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총선 목표로는 "양당의 철옹성 같은 독점 구도를 깨뜨리는 데 의미있는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겠다"며 "되도록이면 (의석 수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가능한 한 전국 지역구 253곳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양당 구조를 깨야한다는 뜻에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념적 차이로 이 전 대표 등과는 연대가 어렵지 않겠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원래 대중 정당에는 일정한 스펙트럼이 있기 마련"이라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오히려 그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게 훨씬 생산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연대했던 일을 거론하며 "김 전 대통령은 정반대에 있던 보수 지도자와 연립정부를 꾸렸는데 국정을 잘 운영했다"며 "현재 제3지대에 있는 분들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총리의 탈당을 만류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정을 막기 위한 민주 진영의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에서 함께해달라"고 말했고,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재고해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고 했다.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전 총리는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자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였다.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며 "명분없는 창당으로 민주당을 분열의 길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당내에서 탈당을 만류한 데 대해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오늘 (탈당) 기자회견을 목전에 둔 시점에 그런 (만류의) 말씀을 하시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을 평소에 당의 변화를 위해 썼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 있었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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