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OTT 시대’에 나오는 유료화 우려…키는 ‘티빙’이 쥐었다
온라인 중계권 3년간 확보…기존 지상파 TV 중계는 변함없어
“프로야구 관련 요금제 신설이나 패키지 요금제 도입 가능성”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OTT 플랫폼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이 3년간 한국 프로야구 리그를 온라인으로 독점 중계할 수 있는 권한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이를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로운 이용자 유입과 기존 가입자 락인(Lock-in)에 프로야구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프로야구 중계 '유료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 중계권료 2배 베팅…누적 시청자 8억 명 겨냥
최근 CJ ENM은 KBO 유무선 중계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TV 보유 가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온라인으로 프로야구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중계권을 어디서 따내는지는 야구 팬들의 관심사였다. 입찰에는 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 등으로 이뤄진 포털‧통신 컨소시엄(네이버 컨소시엄)과 에이클라(스포TV)가 참여했다. 연평균 400억원 이상(3년 간 1200억원 이상)의 중계권료를 제시한 CJ ENM이 '중계권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지난 2019년 네이버 컨소시엄이 5년 동안의 중계권을 따내며 지불한 금액은 연 220억원이었다. 반면 이번에 CJ ENM이 제시한 금액은 기존 계약의 2배에 상응하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CJ ENM의 OTT 플랫폼 티빙은 3년간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을 갖게 된다. CJ ENM은 KBO리그와 세부 협상을 진행하고 계약 규모 및 주요 사항 등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부진을 거듭해온 티빙은 판세를 뒤집을 '홈런'이 간절한 상황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맞붙고 있는 OTT 경쟁에서 '스포츠'가 통하는 답안이라는 것은 이미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가 축구를 탑재하면서 입증했다. 특히 고정 수요가 많은 스포츠 콘텐츠는 기존 이용자를 락인시키고 새로운 구독자를 유입시키는 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CJ ENM은 스포츠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고, 막막한 OTT의 게임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야구'라는 4번 타자에 과감한 금액을 베팅한 셈이다. 특히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스포츠 종목이다. 8개월 이상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구독자 이탈 가능성도 적다. 확실한 모객 효과가 있다는 점은 지난 5년 간 약 3600경기를 생중계한 네이버 컨소시엄이 입증했다. 이 경기를 본 누적 시청자 수는 무려 8억 명에 달한다.
티빙 "새로운 중계 방식 적용"…관건은 '유료화'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티빙 측은 "시청자들의 시청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재미를 극대화해 KBO 흥행과 야구 팬들의 만족을 이끌 수 있는 신개념 디지털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단별 채널 운영, 멀티뷰 분할 등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고,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부가 콘텐츠를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야구 팬들이 프로야구 영상도 쓸 수 있도록 해 유튜브 등에서 관련 영상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그동안 무료로 야구를 시청해 온 팬들의 시선은 중계 방식보다 '유료화' 여부에 쏠린다. 주요 라이브 채널의 기본 재생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티빙이 야구 중계에 어떤 방향성을 취할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보편적 시청권'에서도 기인하는 것이기에, 중계가 유료화될 경우 프로야구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티빙은 아직 유료화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KBO는 무료 시청은 가능하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광고 유무나 화질에 따른 차등적 유료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요금제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J ENM이 중계권 확보에 많은 금액을 베팅한 만큼, 결국에는 프로야구를 통한 티빙의 '수익화'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결국 '수익화' 방점 찍을까…"관련 요금제 출시할 수도"
아마존이 운영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US오픈 골프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등 인기 스포츠를 중계하면서 가입자를 늘려 왔다. 디즈니는 자회사 ESPN의 스포츠 OTT인 ESPN+와 디즈니플러스를 묶은 번들 요금제를 제공하면서 가입자 이탈률을 낮춘 바 있다. 과거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일부 경기나 테니스 프랑스오픈 등을 중계해 온 티빙이 프로야구를 손에 쥐고 스포츠를 활용한 가입자 유치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센터장은 "프로야구 무료 중계로 인해 단기적으로 이용자 유입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 수익화는 어려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티빙이 수익화를 위해 프로야구 관련 요금제를 따로 만들거나, 패키지 요금제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티빙 구독자에게는 무료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타 콘텐츠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야구 중계만 구독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센터장은 "쇼핑이 메인이고 쿠팡플레이를 이용자 락인의 부수적 방안으로 활용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달리, 콘텐츠 플랫폼인 티빙은 결국 콘텐츠를 수익화해야 하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며 "티빙은 웨이브와의 합병 이슈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중복 가입자 등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을 스포츠를 통해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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