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전 대표 2심서 유죄..."존엄성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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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소비자들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산업의 전직 대표들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홍 전 대표 등은 CMIT·MIT 등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데 관여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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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소비자들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산업의 전직 대표들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금고는 수형자를 형무소에 구치하되 강제노동은 집행하지 않는 처벌이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하청업체 관계자들, 애경산업 관계자들,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이마트 관계자들도 금고형 집행유예 또는 금고형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이행하지 않고 출시 후 관찰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하거나 제조·판매하는 회사의 임직원들로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수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출시 후 요구되는 관찰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일부 피고인들의 경우에는 제품 용기에 허위의 사실이 기재되도록 한 업무상 과실까지 존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이러한 과실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폐질환 또는 천식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그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라며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 사회적 비용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2017년부터 발표된 여러 역학 연구결과들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전후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입원발생의 격차가 관찰됐다"며 "가습기살균제 노출기간에서 비노출기간보다 폐렴, 간질성 폐질환, 천식 등 호흡기계 질병의 발생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가습기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평소 건강이 좋지 않거나 건강상 피해를 염려하는 임산부, 영아, 입원환자, 노약자"라며 "이들에겐 소량의 유독한 화학물질에도 예상하기 어려운 심각한 건강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전체 판매량 대비 피해 사례가 소수라는 등의 사실만으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 등은 CMIT·MIT 등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데 관여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CMIT·MIT와 피해자들의 폐질환이나 천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 직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유족이라고 밝힌 민모씨는 "이제야 사법부의 정의가 실현됐지만 반쪽짜리"라며 "1심 재판으로 울분을 토했는데 2심에서 유죄가 나와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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