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찾아온 두통과 한숨의 시간, 어떻게 네 명을 떨구란 말인가('싱어게인3')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1. 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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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숙고란 말이 실감 나는 ‘싱어게인3’ 톱7의 매력적인 개성들

[엔터미디어=정덕현] "내가 그냥 악으로 깡으로 덤벼버리려고."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3> 톱6 결정의 순간에 임재범이 그렇게 말하자 백지영은 "저는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임재범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고 싶다"는 속내를 꺼내놨고 그러자 코드쿤스트는 "가능하면 좋죠"라고 동의를 표했다. 심사위원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톱6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지만, 도저히 6명으로는 압축이 안된다는 걸 절감한 것. 결국 임재범이 대표해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톱6가 아닌 톱7을 뽑기로 결정했다.

톱6가 톱7이 된 것처럼 이번 <싱어게인3>의 경연은 누구를 올리고 누구를 떨어뜨려야할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한 출연자의 기가 막힌 무대를 선보여 거의 그 사람이 올라갈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와 대결하는 다른 출연자의 무대가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그래서 무대를 볼 때는 환희와 전율에 빠져들었지만 무대가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김이나 심사위원이 "제가 탈락하는 방법은 없냐"고 토로할 정도였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치고 이젤, 신해솔, 홍이삭, 강성희에 이어 소수빈, 추승엽, 리진이 추가합격해 톱7이 결정됐다. 그런데 이렇게 누구 하나를 떨어뜨리기 어려워 톱7까지 만든 상황에 펼쳐질 톱3 결정전은 또다른 난관으로 다가온다. 도대체 이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이 완전히 다른 참가자들 중에서 누굴 올리고 누굴 떨어뜨린단 말인가.

'이름을 알리고 죽고 싶은 가수'로 처음 자신을 소개했던 이젤은 아이돌 곡조차 자신의 스타일로 트렌디하게 바꿔 불러내는 매력의 소유자로 청아하면서도 허스키한 보이스에 수준급의 기타 연주 실력도 갖춘 참가자다. 첫 등장에 원더걸스의 'why so lonely'를 불렀을 때 원곡자인 선미가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부를 줄 몰랐다며 뿌듯해 했던 그는 매 라운드 자기 색깔이 분명한 무대로 이미 이름이 알려진 가수가 됐다.

캠핑장 가수로 주목받은 신해솔은 이제 겨우 19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소울풀하고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가창실력에 예사롭지 않은 퍼포먼스까지 더해진 무대매너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윤종신이 "물건 하나 나왔다"고 말했던 것처럼 마치 외국가수를 보는 듯한 폭발력 넘치는 가창력이 압권이다.

이미 <슈퍼밴드>를 통해서도 알려진 홍이삭은 매번 공간감이 뛰어난 무대로 심사위원도 시청자들도 사로잡았다. 마치 '공명'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차분한 도입부로 시작해 어느 순간 광활한 우주를 향해 외치는 목소리로 쫙 펼쳐지는 느낌을 주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슈퍼밴드>에서는 밴드에 오히려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매력이 <싱어게인3>에서는 오롯이 그 혼자 서는 무대를 통해 폭발하고 있다고 할까.

신촌블루스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강성희는 김이나 심사위원이 그 실체를 잡기가 어려웠다는 '한'의 정서를 매 무대마다 노래로 보여줌으로써 모두를 얼어붙게 만든 장본인이다. 특유의 고음이 무기인 강성희는 그 고음에 절절한 한이 느껴지는 게 그만의 특징이다. 블루스에 기반으로 한 음악을 하지만, 어찌 들으면 국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이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OST로도 잘 알려졌던 소수빈은 한 마디로 '고막남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가창력의 소유자다. 가녀리게 느껴질 정도의 미성이지만 한 음 한 음 허투루 부르지 않는 디테일과 섬세함이 듣는 이를 소름돋게 만든다. 공기가 흔들리는 듯한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매력적이지만, 저음, 고음, 진성, 가성을 자유자재로 부르는 보컬리스트이기도 해 자기 색깔이 확실하지만 다채로운 가능성도 가진 가수다.

임재범이 "추신수와 이승엽이 연달아 홈런을 치는 것 같다"고 극찬하기도 한 추승엽 역시 독보적인 개성의 소유자다. 20년 동안 악퉁이란 그룹으로 활동해온 공력의 소유자로 기막힌 기타 실력에 자기만의 단단하고 짱짱한 가창력이 듣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목소리가 처음에는 불편하게까지 느껴지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상한 매력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리진은 어쿠스틱한 통기타 하나에 온전히 자기 목소리 하나를 얹어도 충분히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몰입감을 가진 가수다. 차분한 성격이 묻어나는 차분한 노래가 그 어떤 화려한 무대와 대결해도 의외로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리진은 그래서 긴장감 넘치는 경연 프로그램 속에서 오히려 도드라져 보이는 참가자다.

이러니 이제 톱3 결정전을 앞두고 심사위원들은 또 다시 두통과 한숨의 시간을 마주하게 됐다. 도대체 이렇게 저마다의 매력이 확실한 가수들 속에서 어떻게 4명을 떨어낸단 말인가. 심사위원들을 괴롭지만 그럴수록 관객과 시청자들의 귀는 즐거운 <싱어게인3>의 역대급 톱3 결정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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