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처리기, 물 배터리···혁신 앞세운 K스타트업 “잘 나가네”[CES2024]

김상범 기자 2024. 1.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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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가전전시회 CES 2024에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전시관이 모여 있는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 모습. AFP연합뉴스

“이 제품 정말 마음에 듭니다. 우리 집 마당에 하나 갖다 놔야겠어요.”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전시회 ‘CES 2024’ 전시장. 미생물 음식물처리기 ‘린클’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 한미플렉시블의 부스를 찾은 한 미국인 관람객이 담당 직원에게 “차고에도 설치할 수 있느냐” 등 질문을 연거푸 쏟아냈다. 남성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부스를 찾으며 고민을 거듭했었는지, 직원은 “아, 또 왔느냐”라며 반갑게 맞았다.

이 회사는 원래 청소기 부품업체였으나 2019년 시작한 음식물처리기 사업이 주부들 사이 알음알음 ‘필수템’으로 소문이 나면서 누적 3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알짜 기업이다.

한미플렉시블은 이 남성이 관심을 보인 가정용 외에도 산업용으로 쓰이는 대용량의 ‘메가린클’을 최근 개발했다. 아직 국내에서도 두 자릿수 남짓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빠르게 북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해 CES에 출품했으며 LA의 한 사립학교로부터 렌탈 사용계약을 따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은 건조기 타입의 음식물처리기가 잘 나가고 있는데, 미생물로 처리한 음식물은 퇴비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 한미플렉시블이 CES 2024에 전시한 산업용 미생물 음식물 처리기 ‘메가린클’. 김상범 기자

삼성·LG·파나소닉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즐비한 메인 전시관 라스베가스컨벤션센터(LVCC)와 달리, 한미플렉시블이 위치한 ‘베네시안 엑스포’ 전시관은 회사 규모는 작지만 혁신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기술로 무장한 전 세계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의 기술 경연장이다.

스웨덴 스타트업 엑세거는 태양광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빛을 전력으로 변전시키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파워포일이라는 이름의 소형 축전지 기술을 선보였다. 리모콘 등 소형 기기에 탑재되는데 배터리를 갈거나 충전할 필요 없이 태양광, 심지어는 실내 조명만으로 자가 충전이 가능하다.

2019년 설립된 미국 애그테크(농업+기술 합성어) 스타트업 라이즈가든 부스에는 양상추 따위의 식물들이 실내용 수경재배 모듈에 담겨 싱싱한 초록빛을 뽐내고 있었다. 가정용 스마트농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아마존의 벤처캐피탈(VC)인 아마존 알렉사 펀드로부터 2021년 900만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이곳 베네시안 엑스포 1층에 위치한 스타트업 전시관 유레카파크에는 참가기업 1200여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 기업이었다. 서울시 등 각 지자체는 물론 중소벤처기업부·코트라·카이스트 등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에서 각자 부스를 꾸렸다. 헬스케어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비중이 높았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수여하는 총 310개 혁신상 중 143개를 한국의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휩쓸었다.

대기업들이 육성한 스타트업들도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 전시관’을 마련했는데 역대 가장 많은 15개 업체가 참여했다. 스마트폰 영상을 AI 프로세싱으로 빠르게 3차원(D) 콘텐츠로 변환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리빌더AI, 생체정보 기반 바이오 인증 솔루션을 개발하는 고스트패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혁신센터 제로원은 AI 기반 음악 큐레이션 스타트업 어플레이즈, 물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 코스모스랩 등 11개 업체가 이번 CES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 |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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