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때리고 시신 짓밟고…ICJ 심리 앞두고 도발 수위 높이는 이스라엘
유엔 “전쟁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 비판
이스라엘군 차량, 하마스 대원 시신 밟기도
블링컨 중동 순방도 빈손으로 끝날 듯
팔레스타인에 대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돼 심리를 앞둔 이스라엘이 오히려 도발 수위를 높이며 으름장을 놨다. 나아가 이번 분쟁의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는 여론전까지 강화하며 ICJ 심리에 대비했다. 역내 긴장을 완화시킬 기회로 여겨졌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동 순방도 빈손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병원에 진입하던 구급차 한 대가 이스라엘군에 폭격을 당해 의료진 4명과 환자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적신월사 상징이 명확하게 표시된 구급차가 표적이 됐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너덜너덜해진 구급차 잔해가 사망자 위에 놓여 있었다”며 “희생자 동료들은 슬픔에 잠겨 울부짖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날 숨진 의료진들은 이스라엘군 총격에 쓰러진 가자지구 주민을 현장에서 응급 치료한 뒤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유엔 긴급구호 책임자인 마틴 그리피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도주의 활동가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전쟁 규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병원 공격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자지구 구호 책임자 리처드 피퍼콘은 성명을 내고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인구의 1%가 사망했다”며 “치료를 곧바로 받았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례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자지구 의료진은 강제로 병원을 떠나야 했고,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도발 방식도 점점 잔혹해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군 차량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툴카렘에서 하마스 대원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밟고 지나가는 영상이 SNS에 공유됐다. 지나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영상에 나오는 작전 차량은 포화에 휩싸인 아군 병력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라며 “본의 아니게 테러리스트 시신 위로 달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ICJ 심리에 앞서 하마스 만행을 부각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 국가공공외교부(NPDD)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 학살 : 반인도 범죄’라는 제목의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 영상 등을 게시했다. NPDD는 “헤이그 법정에서 이스라엘이 피해자임을 각인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를 모았던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모습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 지지 등 아랍권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NYT는 “아랍 국가들은 공개적으로 가자지구 재건과 통치 방식에 대해 논의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순방 핵심 의제였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 재개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인질들은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채널13에 따르면 최근 카타르는 하마스 지도부의 국외 망명 보장 등의 새로운 협상안을 이스라엘에 전달한 상태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긴장 완화도 난망하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지금까지 해온 일을 생각하면 레바논에서도 해체하지 못할 마을이나 요새는 없다”며 헤즈볼라와의 더 거센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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