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구신의 토트넘 이적 결정에 에이전트는 멘붕 "뮌헨이 연봉 두 배 더 불렀는데"

맹봉주 기자 2024. 1. 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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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아의 장신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을 둔 영입전에서 토트넘 홋스퍼가 바이에른 뮌헨을 이겼다. ⓒ 파브리지오 로마노 SNS
▲ 토트넘으로 간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에이전트도 놀랐다. 당연히 바이에른 뮌헨을 택할 줄 알았다.

라두 드라구신이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11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이 제노아 센터백 수비수 드라구신과 계약에 합의했다. 이적료는 총 2,500만 파운드(약 420억 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이 드라구신 영입전을 펼치던 바이에른 뮌헨을 토트넘이 제쳤다"고 보도했다.

깜짝 소식이다. 당초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 가로채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연봉까지 토트넘보다 두 배 더 제시했다. 연봉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에이전트는 당연히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갔으면 했다. 에이전트는 당황했다.

드라구신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11일 루마니아 매체 'GSP'와 인터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가장 큰 축구 팀 중 하나다. 그런 팀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는 게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게 바로 드라구신의 결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토트넘 이적은 드라구신과 그의 가족이 원하는 것이었다. 드라구신은 행복하다. 우리는 이제 토트넘으로 간다"며 "아침에야 최종 결정을 했다. 이건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드라구신을 강력히 원했다. 토트넘보다 더 많은 돈을 제시했다. 그러나 드라구신은 토트넘으로 가는 게 축구 경력에 올바른 단계라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 밤을 새며 생각했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 중 어디로 가는 게 장단점이 있을지 따졌다. 드라구신은 돈을 선택하지 않았다. 돈보다 자신의 경력을 선택했다. 이건 칭찬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드라구신의 시선은 프리미어리그를 향해 있었다. 예전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결국 팀보다는 그 팀이 속한 무대를 택한 셈이다. 마네아는 "바이에른 뮌헨의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특히 토트넘과 연봉 차이가 상당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거의 두 배 더 많은 돈을 내밀었다. 다만 드라구신에게 돈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는 항상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구신과 토트넘의 계약 보도는 하루 전부터 영국 현지에서 쏟아졌다. 영국 매체 '더 선'은 10일 "토트넘이 드라기신과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드라구신이 토트넘에 합류하는 걸 선택했다"고 밝히며 특유의 'Here we go!' 표현을 달았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도 "드라구신이 토트넘에 입단한다"고 했다. 이탈리아 지안루카 디 마르지오 역시 "바이에른 뮌헨은 드라구신 하이재킹을 자신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토트넘의 승리를 알렸다.

드라구신은 런던에 도착해 메디컬 테스트까지 마쳤다. 토트넘의 최종 공식 발표만 남은 셈이다. 드라구신은 괴물수비수라 불리는 김민재와 다른 유형이지만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는 센터백이다. 풀백 소화가 가능할 정도의 스피드도 지녔다. 비교되는 선수가 전 맨유 철벽 수비의 대명사이자 주장이었던 네마냐 비디치다. 그래서 별명이 '제2의 비디치'다.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뿐 아니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까지 군침을 흘렸던 수비 자원이다.

드라구신을 품은 토트넘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토트넘이 원하는 방향으로 겨울 이적 시장이 흘러가고 있다. 올 겨울 토트넘의 영입 1순위는 센터백 수비수, 그 다음은 공격수였다. 일단 차례대로 목표로 하던 포지션의 선수들을 데려왔다. 특히 드라구신은 지난해부터 토트넘이 주목하던 수비수였다. 여러 센터백 수비수 후보들 중에서도 영입 1순위였다. 막판 바이에른 뮌헨이 갑작스럽게 영입전에 참전하며 계약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드라구신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며 영입 작전은 대성공으로 마쳤다. 토트넘의 겨울 이적 시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원 보강까지 바라는 토트넘이기에 겨울 이적 시장이 끝나기 전까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티모 베르너에 이은 토트넘의 이번 겨울 이적 시장 2호 영입이다. 시간 순서상 두 번째지만 사실 베르너보다 더 이전에 토트넘은 드라구신과 접촉했다. 미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빠진 센터백 자리가 보강 1순위였기 때문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경쟁 팀들과 치열한 영입전을 펼쳤다. 드라구신에게 익숙한 세리에A의 나폴리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떠나보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을 희망했다. 하지만 나폴리는 제노아의 요구 사항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폴리는 2,000만 유로(약 288억 원)에 알레산드로 자놀리, 레오 외스티고르의 임대를 추가했다. 제노아는 선수를 포함한 협상에 긍정적이었으나 맞트레이드 개념을 원해 무산됐다.

▲ 에이전트는 내심 아쉽다.

토트넘에게 진짜 골칫거리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김민재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참가로 인해 한 달가량 전력에서 이탈하자 대체 센터백을 모색했다. 에릭 다이어(토트넘 홋스퍼)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드라구신 역시 협상 대상자로 삼으면서 이적 상황을 다르게 몰고 갔다.

이틀 전 '스카이 스포츠' 독일판의 플로리안 플라텐버그 기자는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 영입을 문의했다. 이제 협상 시작 단계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선두 주자들을 추월할 자신감이 있다"며 "현재 드라구신 영입전은 토트넘이 가장 앞서 있다. 토트넘과 제노아는 이적료 합의까지 마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참전하면 드라구신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클럽 규모와 역사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우월하고, 선수에게 중요한 우승 가능성에서도 토트넘이 유혹하기란 쉽지 않은 대상이다. 그렇기에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이 정식 절차를 밟기 전 제노아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고, 부대사항을 포함한 이적료 규모를 키우면서 합의를 이뤄냈다.

이로써 토트넘은 한시름 덜게 됐다. 토트넘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센터백 영입이 시급했다. 토트넘에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하고 수비진을 자신의 전술에 어울리게 바꿔놓았으나 주전 조합이 그라운드에 나설 일이 부쩍 줄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거친 플레이로 잦은 징계를 받으면서 부상도 심심찮게 당한다. 지금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상태. 그의 파트너로 삼았던 미키 판 더 펜도 지난해 11월 첼시와 경기 도중 허벅지를 다쳐 장기간 이탈했다.

그나마 판 더 펜은 최근 팀 훈련에 복귀하고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번리전을 통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머지않아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달가량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기에 정상 감각을 얼마나 빨리 되찾을지가 관건이다. 판 더 펜은 장신의 높이를 자랑하면서도 스피드도 준수해 수비 라인을 올리는 토트넘에 안성맞춤 자원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시즌 초반 낙점했던 주전 센터백 라인인 로메로와 판 더 펜이 빠진 가운데 토트넘은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다행히 벤 데이비스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에메르송 로얄을 가운데에 배치한 게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데이비스와 에메르송 모두 측면 수비수가 주 보직이라 강팀을 만나게 되면 언제 약점을 노출할지 모른다. 토트넘은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고, FA컵 4라운드(32강)에서는 막강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해야 한다. 그때까지 즉시 전력감 정통 센터백 합류는 필수가 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로운 중앙 수비수 합류와 관련해 지난해 연말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썼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다. 오죽하면 "그동안 내가 착한 일을 했는지 못된 짓을 했는지 어떤 선물을 받느냐에 따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1월에 중요한 경기가 몇 차례 펼쳐지는데 부상자 현황이나 결장할 선수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월 말에 선수 영입이 될 경우 영향력을 펼치기 어렵다"는 말로 가급적 겨울 이적 시장 문이 열리기 동시에 영입이 마무리되길 희망했다.

드라구신의 토트넘 합류는 일사천리였다. 지난해 마지막날 로마노에 의해 토트넘의 드라구신 영입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보름 남짓 만에 급진전을 이뤄냈다.

▲ 라두 드라구신.

2002년생 루마니아 출신의 드라구신은 수비가 강력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줄곧 시간을 보냈다. 유벤투스 유스 출신으로 프로 데뷔도 2020년 유벤투스 1군을 통해 해냈다. 이후 세리에A 클럽인 삼프도리아, 살레르니타나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현 소속팀인 제노아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시즌이다. 임대를 통해 제노아에 둥지를 튼 드라구신은 활약을 인정받아 올해 초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며 세리에B에 있던 제노아를 세리에A로 승격시킨 드라구신은 이번 시즌에도 22경기 2골로 주전으로 뛰고 있다.

드라구신은 191cm의 빼어난 신체 조건을 통한 강력한 수비력이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즌마다 골을 기록할 만큼 수비수임에도 공격 성향을 갖췄다는 평가다. 수비수에게 라인을 끌어올리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드라구신 영입을 승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트넘이 원하는 바를 최근에도 잘 보여줬다. 특히 다이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이 알려졌던 사흘 전 드라구신도 볼로냐를 상대했다. 중앙 수비수로 나선 드라구신은 풀타임을 뛰며 완벽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90분 동안 클리어링 5회, 슈팅 블록 4회, 가로채기 3회, 공중 경합 승리 100% 등 벽과 같은 수치를 자랑했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도 39번의 볼 터치를 기록해 92%의 패스 성공률을 보여줬다. 토트넘이 원하는 부분을 모두 충족하는 기록이다.

수비수가 경기를 지배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드라구신에게 7.4점의 평점을 주면서 필드 플레이어 중 최고 평가를 내렸다. 강력한 수비력을 갖춘 즉시 전력감을 찾는 토트넘에 드라구신이 보여준 최고의 무력 시위였다. 토트넘이 드라구신 영입에 근접하면서 센터백 정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토트넘은 현재 4순위 센터백인 다이어 처분이 유력하다. 다행히 바이에른 뮌헨이 관심을 보인다. 드라구신 가로채기에 실패하면 다이어 영입으로 노선을 확실하게 정할 것이 유력하다. 토트넘도 다이어를 굳이 지킬 생각이 없다.

다이어는 2014년부터 토트넘에서 뛰며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갔던 멀티 자원이다. 현재 토트넘에서 뛰는 선수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물고 있어 입지도 대단했다. 특히 2015년부터는 매 시즌 30경기 이상 뛰었다. 센터백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후에는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의 스리백 전술 핵심으로 뛰면서 없어서는 안 될 비중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만 이전 사령탑들의 다이어를 향한 신뢰와 달리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기량은 기다이하였다. 다이어를 중심으로 한 토트넘의 수비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만 63실점으로 최악의 기록을 냈다.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포백 전술을 시도하면서 다이어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전반기가 지난 현재까지 다이어는 리그 4경기 출전이 전부다. 선발 출전은 한 차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다이어가 짧게라도 뛴 경기에서는 꼭 실점해 여전히 안정감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다이어를 반기고 있다. 토트넘 시절 좋은 관계를 맺었던 해리 케인이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상당한 입지를 자랑하는 주장 마누엘 노이어도 두팔 벌려 환영했다. 노이어는 "이적 담당자들이 예산 안에서 올바른 해결책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다이어는 좋은 이름이다. 책임자들이 시장을 살펴본 결과 결정한 것이기에 우리는 믿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 드라구신.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에게 달려든 이유는 김민재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수비진을 구성하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를 센터백으로 결정했다. 포백 전술을 사용하는데 있어 전문 센터백은 대체로 2배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4명의 센터백을 맞추기 위해 유망주인 다렉 부흐만을 추가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김민재를 비롯한 월드클래스 센터백 3명이라면 한 시즌을 충분히 풀어갈 것으로 봤다. 부상 변수를 간과한 게 컸다. 더 리흐트가 지난 여름 A매치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개막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중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 리흐트의 재활은 늦어졌고 우파메카노가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멀쩡한 중앙 수비수는 김민재 한 명 뿐이었다.

별다른 로테이션을 제공받지 못한 김민재는 계속 뛰었다. 여기에 A매치를 위해 한국으로 장거리 이동까지 하면서 체력이 많이 고갈됐다. 김민재는 개인 기량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간혹 체력이 떨어졌는지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는 실수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투헬 감독은 신뢰를 전했다. 김민재도 온힘을 짜내 전반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괴물 같은 김민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바이에른 뮌헨은 센터백 보강을 결심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즉시 전력감을 영입해 김민재가 짊어지고 있는 출전 부담을 어느정도 내려놓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더구나 김민재는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오래 결장한다. 김민재 없는 상황에서 더 리흐트, 우파메카노와 경쟁하며 상황마다 뛰어줄 카드가 필요했다.

마침 토트넘은 다이어를 정리하려 했다. 스리백 중심의 토트넘에 포백 전술을 시도한 앙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다이어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시즌 개막하고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출전 명단에서 제외될 때가 많았고, 벤치로 돌아와서도 그라운드 투입은 명받지 못했다. 다이어의 시즌 첫 출전은 지난해 11월 첼시전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을 당해 급히 센터백이 필요해지자 다이어를 찾는 수준에 불과했다.

토트넘은 이제 드라구신 영입을 확실하게 마무리하면서 겨울 이적 시장 1,2호 영입에 성공한 모습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하이재킹을 주장하던 플라텐버그 기자도 "토트넘이 총액 3,100만 유로에 드라구신 영입에 성공했다. 이제 바이에른 뮌헨은 다이어를 최우선 영입 타깃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한편 드라구신 영입이 기정사실화 된 10일 토트넘은 베르너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베르너를 임대로 데려왔다. 이번 시즌까지 토트넘과 함께한다. 시즌이 끝나면 완전 영입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베르너의 등번호는 16번이다.

▲ 토트넘 수비가 보강됐다.

베르너의 토트넘 입단 소감도 알려졌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베르너는 "많은 것들이 날 토트넘에게 반하게 만들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가 토트넘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와 전술 등을 알려줬다. 첼시와 라이프치히에서 토트넘과 대결한 적이 있다. 토트넘 구단 일원이 돼 기쁘다. 토트넘은 모든 게 나에게 딱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첼시에 합류했을 때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았다. 토트넘에서도 우승을 하기 위해 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내 스피드가 상대에게 얼마나 큰 위협을 줬는지 알고 있다. 토트넘에서 이런 점들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베르너 영입은 이미 며칠 전부터 유럽 현지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지난 7일 "베르너는 라이프치히에서 임대로 토트넘에 합류할 것이다. 이 계약엔 완전 영입 조항도 포함됐다. 이적료는 1,300만 파운드(약 217억 원)에서 1,700만 파운드(약 284억 원) 사이가 될 것이다. 베르너는 주말 전에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토트넘 유니폼을 입는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베르너를 즉시 쓸 수 있다"고 알렸다. 또 다른 영국 매체 영국 'BBC'도 같은 날 "토트넘이 베르너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라 보도했다. 베르너의 토트넘 합류는 시간문제였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의 1호 영입이다. 제일 급한 포지션인 센터백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를 택했다. 게다가 베르너는 과거 첼시 시절 실패한 공격수라는 낙인이 있다. 그럼에도 베르너를 데려온 건 손흥민의 공백을 어떻게든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2024 카타르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한국이 아시안컵 결승에 간다면 토트넘은 2월 중순까지 손흥민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12골 5도움으로 팀 내 공격 포인트에서 압도적인 1위인 손흥민의 빈자리는 쉽게 채우기 어렵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는 사이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베르너를 데려왔다.

베르너는 2013년 슈투트가르트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뒤 줄곧 오름세를 자랑했다. 특히 2016년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면서 잠재력을 폭발했다. 라이프치히 입단 첫해부터 21골을 터뜨리며 이목을 끌었고 이후에도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라이프치히에서 뛴 초반 4시즌 동안 159경기에서 95골을 기록하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 뛰어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강한 수비를 자랑한다.

이를 통해 2020년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가 4,750만 파운드(약 795억 원)의 높은 이적료를 투자해 영입했다. 분데스리가를 정복한 공격수였기에 베르너를 향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그런데 베르너는 고작 두 시즌만 뛰고 첼시를 떠났다. 첫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6골에 그치더니 2021-22시즌에는 주전에서도 밀려났다. 당시 첼시가 로멜루 루카쿠를 큰 금액으로 복귀시킨 탓에 베르너는 경쟁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시즌 동안 89경기에서 23골을 남긴 베르너는 이적료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로 실패 꼬리표를 달게 됐다. 반등을 모색하던 베르너는 2022년 여름 친정인 라이프치히 리턴을 선택했다. 베르너의 이적료는 절반가량 깎였다.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며 남긴 기록은 1,750만 파운드(약 292억 원)에 불과했다. 그만큼 베르너의 기량 하락이 반영된 몸값이었다.

아쉽게도 친정에서도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9골에 그쳐 슈투트가르트 시절이던 2016년 이후 모처럼 단일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지 못했다. 공식전을 따졌을 때는 40경기 16골로 준수해 보이기는 하나 첼시로 떠나기 전 베르너가 보여줬던 이름값에는 턱없이 모자른 수치였다.

최근 폼은 더욱 떨어졌다. 베르너는 이제는 출전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할 수준이 됐다. 전반기 동안 분데스리가 8경기 출전에 그쳤고 그마저도 선발은 2회에 불과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경기 모두 교체 투입이었다. 전반기 총 14경기에서 고작 250분을 뛰었고 2골에 머물러 있다. 베르너는 로이스 오펜다를 비롯해 벤야민 세슈코, 유수프 폴센 등에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상황이다.

이에 토트넘의 베르너 영입을 놓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팬들도 적지 않다. 첼시에서 부진이 워낙 임펙트가 컸기 때문. 그럼에도 여전히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베르너 본인은 부활을 벼르고 있다.

베르너와 토트넘의 이해관계까 맞아 떨어졌다. 먼저 베르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경험이 있었기에 꽤 많은 팀 러브콜을 받았다. 이번 시즌 베르너는 라이프치히에서 고작 8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이 중에 선발은 두 경기에 불과했고 모든 대회 포함 204분에 그쳤다. 올해 여름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2024 최종명단에 뽑히려면 꾸준한 출전 감각이 절실하다.

▲ 드라구신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토트넘에 임대로 간다면 출전 시간은 확보할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한다는 가정 하에 대략 한 달 동안 공격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베르너는 9번 자리 외에 측면까지 뛸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다. 히샬리송과 번갈아 최전방을 맡을 수도 있고 손흥민이 없는 측면에서 공존할 수도 있다. 2023-24시즌 전반기에 9번 공격수와 최전방 결정력 보완이 필요한 팀들이 베르너에게 군침을 흘렸다. 애스턴 빌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베르너를 장바구니에 넣었지만 최종 결정은 토트넘이 하게 됐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는 사이 전력 공백을 최소화 할 선수가 필요했다. 베르너와 계약 형태가 임대이기에 토트넘으로선 부담이 없다. 부진하면 손흥민 복귀 후 주전에서 제외하면 된다. 베르너가 활약한다면 올여름 완전 영입 옵션을 발동해 연장계약 할 수 있다.

영국 현지에선 베르너 합류 후 토트넘의 예상 선발 라인업까지 나왔다. 토트넘의 새로운 스리톱으로 히샬리송이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 베르너가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설 확률이 높다.

베르너에 이어 드라구신까지 데려왔다. 공수 원하는 포지션 보강에 성공했다. 토트넘이 이번 겨울 이적 시장 그 어느 팀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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