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일간 금강 공주보 수문 닫았더니 멸종 위기 ‘흰수마자’가 자취 감췄다

김기범 기자 2024. 1. 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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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상승·펄밭 변모로 서식지 파괴 영향
환경부, 세종보 수문 닫는 담수 계획 발표
환경연합 “멸종 위기 어류 서식지 파괴 심화”
지난 9일 백제보 상류 유구천 합수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 세종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9월부터 수문을 닫은 금강 공주보 인근에서 멸종 위기 어류인 ‘흰수마자’의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위가 높아지고, 기존의 모래여울이 펄밭으로 바뀌는 등 서식지가 파괴된 것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세종환경연합은 지난 9일 어류 전문가와 함께 충남 공주 공주보 상·하류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지점에서 흰수마자가 급감하거나 아예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공주보 수문을 닫아 수위를 높였다가 상류인 세종보의 점검, 수문 공사 등을 위해 수위를 다소 낮춘 바 있다. 지난 2일에는 세종보 소수력발전소 점검을 위해 수문을 개방해 수위를 더 낮췄다.

공주보 담수 이후 펄밭으로 변한 공주보 상류 백제큰다리 인근의 모습. 세종환경운동연합 제공.

수문을 닫으면서 수위가 높아진 공주보 상류 구간에서는 국내 하천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어류인 모래무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펄이 쌓인 것이 확인됐다. 흰수마자는 모두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주보보다 상류 쪽의 세종보 하류에서는 침수가 덜 됐던 모래여울에서만 흰수마자 3개체가 확인됐다. 해당 지역은 금강의 흰수마자 주요 서식지로 꼽히던 곳으로, 본래 모래여울이 있었는데 현재는 펄밭으로 변했다. 공주보 하류 쪽의 백제보 상류에서는 수위가 높아지면서 흰수마자 서식지가 대부분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위 상승으로 인해 극히 일부만 남아있는 비좁은 모래여울에 흰수마자 100여마리가 몰려 있는 것이 확인됐다.

금강의 흰수마자는 2018년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세종보와 공주보 등의 수문을 개방한 이후 다시 서식이 확인됐다. 2021년 순천향대의 조사에선 흰수마자 1116개체가 확인됐다.


☞ [단독]수공도 경고했다···세종보 수문 닫으면 ‘멸종위기 어류 수장’ 우려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401081353011

환경부는 올해 4월 세종보의 수문을 닫기로 하는 등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따라 담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환경부 계획대로 금강 공주보, 세종보, 백제보 등의 수문을 닫아 수위를 높일 경우 하천 생태계가 훼손되면서 멸종위기 어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환경부의 하천 정책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지역적인 절멸을 맞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해 2021년 12월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이 제출한 용역 보고서에도 4대강사업으로 금강에 조성된 보들의 수문을 닫아 담수하면 멸종위기 흰수마자와 미호종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세종환경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문을 닫으면 멸종위기 어류 서식지 파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민물 어류의 서식을 위해 세종보의 수문 재가동을 중지하고, 공주보의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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