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앞두고 미·중 신경전 고조···상대방 향해 “선거 개입 말라”

선명수 기자 2024. 1. 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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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협 주도권 좌우할 선거 결과에 ‘촉각’
미, 선거 후 비공식 대표단 대만에 파견 계획
“어떤 형태로든 선거 개입 말라” 중국 반발
대만 총통 선거를 사흘 앞둔 10일 중국 남동부 푸젠성 샤먼시의 해안가 도로에서 한 남성이 ‘일국양제, 통일 중국’이라고 쓰인 대형 선전 문구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양 측은 서로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견제에 나섰다. 사실상 ‘미·중 대리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선거에서 친미, 친중 후보가 박빙으로 격돌하는 만큼 양국은 향후 대만해협의 주도권을 좌우할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대만) 선거는 정상적이며 일상적인 민주주의 절차의 한 부분”이라며 “우리는 대만 선거에 대한 모든 외부의 개입이나 영향력 행사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어떤 행동을 선거 개입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중국이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고, 여러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압력을 가하려고 한다는 것이 비밀은 아닌 것 같다”고만 답했다.

중국은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에 군사적·경제적으로 노골적인 압력을 가해왔다. 지난 9일에는 대만산 품목에 대한 관세 혜택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며,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1일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5대와 군함 4척이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포착됐다. 중국 정찰풍선도 이달 들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대만 상공에서 관측되고 있다.

미국 역시 선거 뒤 고위급 사절단을 대만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선거가 끝난 뒤 비공식 대표단을 대만에 보낼 계획이라며 미국 정부는 과거에도 대표단을 파견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민주당 소속 제임스 슈타인버그 전 국무부 차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 등 초당적 인사들로 꾸려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선거 직후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 정부의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고 FT는 짚었다. 미국과 중국이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 대표단 파견이 화해 노력을 꼬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중국 정부는 반발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대만은 중국의 양도 불가능한 일부”라며 “바이든 정부는 ‘대만 독립’을 추진하는 분리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고, 어떤 형태로든 대만 선거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전직 관리는 FT에 “이런 민감한 시기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힘찬 포옹’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중국의 과잉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새해 들어 고위급 회담을 잇달아 진행하며 관계 안정화 방안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존 파이너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이날 회담을 갖고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이 합의한 군 당국 간 소통 및 협력 재개 등의 이행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9일에도 양국 군사 부문 당국자 간 회담이 미국에서 열렸다. 중국 군 당국자가 미 국방부 청사에서 미국과 회의를 연 것은 2020년 이후 약 4년만이다.

양측이 대만 선거 이후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상황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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