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걸으려는 ‘윤석열의 사람들’…국민의힘 공천 관찰 포인트

조문희 기자 2024. 1. 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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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장·차관 출신 등 50여 명
상당수 ‘보수 텃밭’ TK·PK지역 희망
같은 당 현역 의원들과 갈등 불가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90일 남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문재원 기자

윤석열 정부 장·차관 및 대통령실 인사 중 내년 4월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이들은 50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지역 출마를 노리고 있어 공천을 두고 당 현역 의원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전체 19개 부처 장관 중 절반 수준인 9명이 공직자 사퇴 시한인 이날까지 정부를 떠나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차관급 출신 인사 약 8명도 출마 준비 중이다. 대통령실에서는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김은혜 전 홍보수석 등 수석급을 포함해 비서관·행정관급 인사까지 최소 34명이 총선 출마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

이 중 상당수는 영남 등 보수 우세 지역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대구 달성),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대구 달서갑 또는 경북 김천),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경북 상주문경), 윤종진 전 국가보훈부 차관(경북 포항북), 전광삼 전 시민사회소통비서관(대구 북갑),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을) 등은 TK 지역 출마를 노린다. 서울 강남 지역 출마를 공식화했거나 저울질 중인 인사로는 박진 전 외교부 장관, 안상훈 전 사회수석,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등이 꼽힌다.

당선 안정권 지역인 만큼 이들의 경쟁 상대는 같은 당인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기 쉽다. 대구 달서갑, 대구 북갑,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은 각기 초선 홍석준 의원, 양금희 의원, 박형수 의원의 지역구다. 경북 상주문경은 재선 임이자 의원, 경북 포항북은 김정재 의원이 자리해 있다. 경북 구미을은 김영식 의원 지역으로, 강명구 비서관과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까지 최소 셋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나란히 희망하는 부산 중영도,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이 노리는 부산 해운대갑 등 일부 PK 지역도 당선 가능성이 큰 곳으로 분류된다. 김은혜 전 수석이 노리는 경기 분당을 역시 전통적인 보수 우세 지역이며, 강승규 전 수석의 희망지인 충남 홍성예산 역시 ‘밭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 출마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인천 계양을),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기 수원병),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충남 천안을),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갑) 등 일부다.

당내에선 이들의 ‘꽃길’ 선호에 따른 공천 잡음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현 정부 국정 철학 이해도가 높은 측근의 국회 입성이 늘어날수록 국정 장악력이 커지는 장점이 있으나, 공천 과정에서 피해의식을 갖는 당 인사들이 대통령 및 당 주류에 반발할 경우 손실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역 정치인들은 정권 초 요직에 앉은 자체가 특혜인데 양지 출마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며 벌써부터 대통령실·정부 출신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앞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서초을을 갈지, (경기) 분당을을 갈지”라는 글을 올렸다가 ‘지역구 쇼핑’이란 비판을 받았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경기 분당을 출마를 노렸다가 “당에 백지 위임하겠다”며 물러났다. 박 전 장관은 최근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른바 ‘검핵관’의 출마 행렬도 눈에 띈다. 주진우·이원모 전 비서관은 검사 출신 중에서도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이며, 대구 중·남구 출마를 선언한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 김진모 충북 청주 서원 당협위원장 등은 각기 윤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연이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 유상범 의원 등 정치인까지 포함하면 총 16명 전직 검사가 출마 예정이다. 김상민 대전고등지방검찰청 검사는 사표 수리도 안 된 상황에서 출마 희망 지역인 경남 창원 지역구에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논란이 됐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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