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등포 건물주 살인교사' 모텔업주 구속 기소

지적장애인 '심리적 지배'…무임금 착취·조종
자신과 갈등 겪던 80대 건물주 살해에 이용

재개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은 건물주를 살해하도록 교사한 모텔업주 조모(44)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씨가 중증 지적장애인인 김모(33)씨를 수년간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범행을 저지르도록 한 것으로 판단했다.

11일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서원익 부장검사)는 주차관리인 김씨를 시켜 재개발 관련 분쟁 상대인 80대 건물주 A씨를 살해하도록 한 혐의(살인 교사) 등으로 조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씨에게 모텔·주차장 관리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지적장애인인 김씨의 장애인 수급비마저 빼돌린 혐의(근로기준법 위반·최저임금법 위반·준사기) 등도 적용됐다.

A씨 소유 건물 인근의 모텔업주인 조씨는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 옥상에서 80대 건물주 A씨를 살해하도록 주차관리원 김씨에게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80대 건물주 A씨는 2022년 9월부터 조씨와 영등포 공공주택 재개발 관련 부동산 컨설팅 계약의 효력을 다투기 시작했고, 조씨를 재개발 조합장으로 선출하는 것도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씨는 A씨로부터 건물 주차장을 빌려 운영해왔는데, 지난해 9월 A씨가 조씨를 상대로 주차장 임대차 해지 및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제적 갈등도 커졌다.

이후 조씨는 지난해 8월부터 김씨에게 복면·우비·흉기 등 범행도구를 구매하게 하고, 범행장소와 A씨의 동선 등을 알려주며 A씨를 살해하게 했다.

지난해 11월 9일 조씨는 김씨에게 A씨 소유 건물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 방향을 돌리게 하고, 3일 뒤인 11월 12일 오전 9시 24분쯤 건물 옥상 사무실로 출근한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게 했다.

조씨는 범행 직후 CCTV 영상을 삭제하고 A씨의 피 묻은 옷 등을 없앴으며, 김씨를 강원 강릉으로 도망가게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두 차례 영장 기각 후 지난달 13일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22일 조씨를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휴대폰·노트북 포렌식 통신내역 분석, 재개발 지역 주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조씨의 범행 동기 등을 규명했다. 또 김씨의 진술에 대한 심리분석, 전문가 자문을 통해 조씨의 김씨에 대한 심리적 지배 관계, 조씨의 장기간에 걸친 계획적 살인교사와 실행과정을 검증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편 조씨는 검찰 송치 이후에도 '김씨의 우발적 단독 범행'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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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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