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행동에 코끝 찡”…무인카페서 얼음 쏟은 초등생, 다시 와서 남긴 쪽지

권나연 기자 2024. 1. 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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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처음 사용해본 탓에 실수한 학생
1시간30분 뒤 돌아와 현금과 사과편지 남겨
A씨가 운영하는 무인카페 바닥에 얼음이 쏟아져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과자‧아이스크림부터 커피‧식료품까지⋯.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자가 물건을 직접 계산하는 방식의 다양한 ‘무인가게’가 생겨났다. 문제는 가게에 상주하는 주인이나 점원이 없어 종종 물건을 훔쳐 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사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 무인카페에서 기계 조작이 미숙해 얼음을 쏟은 초등학생이 사과편지에 현금까지 남겨 화제다.

무인카페를 운영한 지 3년차에 접어든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등학생의 선한 영향력에 감동받은 하루’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그동안 참 많은 다양한 손님을 겪으며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가게를 운영해왔다”며 운을 뗐다.

사건이 발생한 날도 여느 날과 비슷했다. 다만 부쩍 추워진 날씨에 손님은 줄고 한숨이 더 늘었을 뿐이었다.

A씨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가게 모습을 확인하자 또다시 한숨이 새어나왔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누군가가 쏟은 얼음에 바닥이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던 탓이다.

A씨는 “한숨이 나왔지만, 그동안 자주 있었던 일이기에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며 “기계 화면에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방법’이 나오지만, 사람들이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번엔 어떤 손님의 소행일까’하고 궁금했던 A씨는 CCTV를 확인했다. 영상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B군이 ‘와르르’ 쏟아지는 얼음에 당황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A씨의 매장에서 사용하는 제빙기는 컵이 같이 나오지 않는 ‘분리형’이어서 컵을 먼저 올린 뒤 얼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안내문에 적힌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B군이 컵을 올리지 않고 버튼을 바로 누르면서 얼음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B군은 치울까말까 고민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더니,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CCTV로 B군의 행동을 본 A씨는 조금 맥이 빠졌다. 하지만 어차피 학생이 음료값을 지불했기에, 청소를 하고 받는 노동의 대가로 생각하기로 했다.

얼음을 쏟은 B군이 남긴 사과편지와 현금.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같은 날 저녁 청소를 위해 찾아간 매장에는 뜻밖의 선물이 놓여 있었다. B군이 두고 간 사과편지와 1000원권 지폐 한장이었다.

B군은 쪽지를 통해 “무인카페를 처음 와서 모르고 얼음을 쏟았다”며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작은 돈이지만 도움 되길 바란다”며 “장사 오래오래 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라”며 거듭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놀란 A씨는 CCTV 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영상에는 B군이 1시간30분쯤 지나고 다시 카페를 방문해 쪽지와 현금을 선반에 올려둔 뒤 CCTV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그동안 지쳤던 제 마음을 싹 보상받는 쪽지였다. 1000원은 지갑 속에 고이고이 넣어두겠다”며 “학생에게 받은 감동을 돌려주려 한다. 영업을 접는 날까지 학생이 카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도 “감동에 눈물이 핑 돌았다” “코끝이 찡한 사연” “이런 학생들이 있다니 미래가 밝다” “좋은 사연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의 행동도, 그 아이의 마음을 알아준 사장님도 감동이다” “어른보다 더 멋진 아이” “부모님이 가정교육을 참 잘했다” 등의 의견을 적었다.

예의바른 학생의 모습이 감동을 준 사연은 또 있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랑구에 있는 한 무인 라면가게에서 외부 반입 컵라면을 먹은 학생 C군이 ‘자릿세’를 두고 간 것이다. 당시 가게 CCTV에는 C군이 라면을 다 먹은 뒤 휴지 케이스 안에 1500원을 넣어두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라면가게 주인 D씨는 “우리 가게는 끓이는 라면만 팔고 현금결제가 안된다. 학생이 카드가 없었는지 외부에서 컵라면을 사서 들어와 먹었다”며 “동네 편의점에 라면 먹을 공간이 없어서 매장을 찾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D씨는 평소 아이들이 놀이터나 길거리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목격해왔던 터였다. 그는 “영상이 찍힌 날은 비가 내리고 추워서 그랬는지, 아이가 망설이다가 들어와서 라면을 먹고 돈을 두고 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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