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보송했던 아이, 넓은 곳으로”…이런 졸업장 보셨나요?

정인선 기자 2024. 1. 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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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털 보송한 아이로 우리 학교에 왔었는데 더 넓은 곳으로 보냅니다."

11일 경상남도교육청이 공개한 졸업장에는 "학생은 솜털 보송한 아이로 우리 학교에 왔었는데, 울고 웃으며 보낸 3년 동안 몸과 생각이 자라서 더 넓은 곳으로 보냅니다. 붙들어 안아주고 싶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출가하는 자식을 보듯 입술을 깨물며 보냅니다. 우리보다 더 좋은 선생님, 더 좋은 벗들을 만나서 더 멋진 삶을 가꾸길 기원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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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른’ 고 채현국 선생 이사장 효암학원 운영 학교
경남 양산 개운중학교는 지난해 12월 교사들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문구를 졸업장에 적어 졸업생들에게 나눠줬다. 개운중 제공

“솜털 보송한 아이로 우리 학교에 왔었는데 더 넓은 곳으로 보냅니다.”

정든 학생을 떠나보내는 교사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졸업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학교법인 효암학원이 운영하는 경상남도 양산 개운중학교는 지난해 12월29일 열린 2023학년도 졸업식에서 284명의 졸업생에게 예년과 다른 내용의 졸업장을 나눠줬다.

11일 경상남도교육청이 공개한 졸업장에는 “학생은 솜털 보송한 아이로 우리 학교에 왔었는데, 울고 웃으며 보낸 3년 동안 몸과 생각이 자라서 더 넓은 곳으로 보냅니다. 붙들어 안아주고 싶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출가하는 자식을 보듯 입술을 깨물며 보냅니다. 우리보다 더 좋은 선생님, 더 좋은 벗들을 만나서 더 멋진 삶을 가꾸길 기원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위 사람은~’으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졸업장 문구에서 탈피한 내용이다. 개운중 설명을 들어보면 이 문구는 김순남 교감이 직접 썼다고 한다.

경남 양산 개운중학교는 지난해 12월 교사들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문구를 졸업장에 적어 졸업생들에게 나눠줬다. 개운중 제공

김씨는 1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아이들은 매년 달라지는데 어느 학교를 언제 졸업했는지와 관계없이 똑같은 글로 보내는 건 좀 성의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 올해부터 매년 아이들과 생활한 느낌을 살려서 졸업장 문구를 써 보기로 했다”면서 “지난해 한 해 동안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와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전국을 뜨겁게 달궜지만, 그런 과정이 결국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밑바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힘듦을 이겨내고 성숙해서 나가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자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졸업장 문구를 본 학생들 반응도 좋았지만, 특히 학부모들이 울컥하며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경남 양산 효암고등학교는 지난해 12월 표지에 ‘졸업장’ 대신 ‘지극한 정성’이라고 적은 졸업장을 졸업생 250여명에게 나눠줬다. 효암고 제공

효암학원이 운영하는 또다른 학교인 양산 효암고등학교의 졸업장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14일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250여명은 표지에 ‘졸업장’ 대신 ‘지극한 정성’이라는 문구가 적힌 졸업장을 받았다. 이는 캘리그라피와 서예에 조예가 깊은 이강식 교장이 직접 쓴 문구로, ‘작은 일까지 지극한 정성을 다하면 능히 성실하게 되고, 성실하면 내면이 겉으로 나타나 뚜렷하고 밝아지면서 결국 나와 천하를 변하게 한다’는 중용 23장의 내용을 줄여서 담았다고 한다. 그는 “삶에 졸업은 없다. ‘결국 매 순간 정성을 다하는 게 삶의 본질’이라는 교사들 의견을 담아 세상에 단 하나의 이름이 새겨진 졸업장을 만들게 됐다. 이 이름은 매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운중과 효암고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효암학원은 2021년 별세한 채현국 선생이 생전 이사장을 맡았던 곳이다. 채 전 이사장은 2014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는 촌철살인의 발언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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