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의 시간 끝났나···예금금리 내리고 증시·코인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고 개인 투자자의 시선이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정기예금의 인기가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849조2957억원으로, 전달보다 19조4412억원 급감했다.
전체 은행권을 봐도 정기예금 감소세가 뚜렷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달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969조원으로, 전달 대비 22조8000억원이 줄었다. 반면 대기성 자금인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은 전달보다 42조3000억원 급증한 89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기예금이 급감한 데는 연말을 맞아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와 함께 정기예금에 돈을 맡길 유인이 줄어든 개인이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기 시작한 것도 정기예금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대표 상품 금리는 연 3.55~3.70%(1년 만기 기준)로, 지난달 평균 3.97~4.05%보다 하락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오를 기미가 없는 반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1~12월 두 달 동안 16.6% 상승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이 기간 46조원에서 53조원으로 7조원 늘었고,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이날 역대 최대인 75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투자자 예탁금과 CMA는 증시 대기 자금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시장도 다시 뜨겁다. 비트코인은 최근 3개월 사이 저점 대비 2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한 게 호재가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면서도 인하 시기가 기대보다 늦어진다면 하락했던 시장금리가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만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인해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면 정기예금·은행채 등 수신금리가 좀 더 오를 수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내외적으로 변수가 많아 예금금리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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