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7개 광역지자체 탄녹위에 ‘정의로운 전환’ 당사자 노동계 대표는 단 ‘1명’···청년도 소수

강한들 기자 2024. 1. 11. 1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역 탄녹위, 지자체 탄소중립 정책 심의
위원 인원도 15~50명 지역별 ‘천차만별’
녹색연합, 기후정의동맹, 환경운동연합, 청년기후긴급행동,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 12일 강원 삼척 포스코 삼척석탄발전소 공사장 입구에서 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기습 농성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지역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중 ‘노동자’ 대표성을 반영할 위원을 둔 곳은 1곳(1명)에 불과했다. 청년·청소년이 위원으로 아예 포함되지 않은 지역 탄녹위도 3곳이나 있었다. 노동자는 탄소중립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청년·청소년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더 오래 받는 당사자다.

경향신문은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을 통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탄녹위원 명단을 확보해 법이 의무 조항으로 정하고 있는 ‘대표성’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위원 위촉 시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 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한다.

지역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자체가 탄소중립 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 주요 정책·계획과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거버넌스’ 체계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광역지자체는 오는 4월까지 10년을 기간으로 하는 시·도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공청회를 최근 진행했거나,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공청회 후 지역 탄녹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시·도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확정된다. 시·도 계획에는 지역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부문별·연도별 이행 대책과 각 지자체가 기후변화 위험에 얼마나 취약한지 평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야 한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3월 15일 세종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실 입구를 기습 점거하고 제대로 된 기후위기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피켓을 붙이고 있다./한수빈 기자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3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 주최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에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의 발언 때 기습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역 탄녹위원 구성 살펴보니

각 지역 탄녹위는 인원부터 ‘천차만별’이다. 대구시는 시·도지사와 실·국장 등이 포함되는 당연직, 전문가·노동·여성·농민·시민사회 등 대표성 반영한 민간위원과 시·도의원 등이 포함되는 위촉직을 포함해 위원이 15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전시도 19명에 불과하다. 경기도·서울시는 40명, 부산시는 50명에 달한다.

중앙 탄녹위는 탄소중립기본법에 인원이 50~100명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지역 탄녹위는 각 지자체 조례에 위임했다. 부산은 조례에 ‘50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고 대구는 ‘20명 이내로 성별을 고려해 구성한다’고 정했다.

위원 나이를 공개한 지자체 중 위촉직 위원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경북(56.8세)이었다. 대구는 전체 위원 연령이 평균 47세로 가장 낮았는데 위원 수는 15명 뿐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위원 평균 연령은 50세를 넘는다.

20대~30대 청년 위원이 아예 포함되지 않은 곳도 경북, 인천, 전남 등 3곳이나 됐다. 10대 청소년이 위원으로 위촉된 곳은 없었다. 강원, 광주, 대전, 부산, 세종, 전북, 제주, 충남, 충북 등 9곳은 20대 위원은 없고, 30대 위원만 있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11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노동자 대표를 배제한 탄소중립기본계획 의결은 위법하다는’ 정의로운 전환 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현재 직무와 주요 경력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조합’이 포함돼 노동계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위원은 17개 광역 지자체를 통틀어 1명(한국노총 전남지역본부 사무처장)뿐이었다. 16개 광역지자체에서는 노동계 대표성이 배제된 셈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의 주요 개념 중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해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다수 있는 충남, 철강·석유화학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있는 울산·경남 등에도 노동조합 위원은 배제돼 있다.

국가 단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지난 4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낼 때 노동자·청년의 대표성을 반영한 위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2050 탄녹위는 위원 추가 위촉은 하지 않고 ‘이행점검단’에만 청년을 포함했다. 이행점검단은 탄녹위에서 심의·의결권이 없다.

김보림 청소년 기후 행동 활동가는 “정부는 정책을 발표할 때만 ‘미래세대’를 호명하고 어린 사람들을 소비하려고만 하는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형식적으로라도 구성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기후 위기 문제에서 누구의 삶을 더 반영해야 하는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2년 민주노동연구원의 ‘지자체 기후 위기 대응과 노동의 과제’ 연구에 참여했던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중앙정부의 노동 배제적 정책이 지방 정부에서도 반영이 된 것”이라며 “탄소 중립이 녹색성장과 맞닿으면서 새 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식으로 사용되다 보니, 사회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탄소중립계획을 만들 때 에너지·산업 부문을 다루지 않다 보니 노동 문제를 다룰 틀이 없는 것과도 연결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청년이 거의 없는 장년층 중심의 위원회 구성은 충격적”이라며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미래세대와 사회적 약자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