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 분신’ 해성운수 대표, 법정에서 “죽음에 책임없다”

고병찬 기자 2024. 1.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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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해 숨진 택시노동자 방영환씨를 폭행·협박한 혐의를 받는 택시회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방씨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보석을 신청했다.

정씨는 지난해 3월24일 1인 시위 중인 방씨의 턱을 손으로 한 차례 밀치고, 8월24일에는 화분 등을 던지려고 하며 위협하는 등 방씨를 폭행·협박해 분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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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판에서 혐의 부인 후 보석 신청
지난 11월16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사거리에서 ‘방영환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회원들이 택시 완전월급제 도입을 촉구하며 이틀째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분신해 숨진 택시노동자 방영환씨를 폭행·협박한 혐의를 받는 택시회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방씨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보석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최선상 판사는 11일 근로기준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특수협박, 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해성운수 대표 정아무개(52)씨의 첫 공판과 보석심문을 열었다.

정씨는 지난해 3월24일 1인 시위 중인 방씨의 턱을 손으로 한 차례 밀치고, 8월24일에는 화분 등을 던지려고 하며 위협하는 등 방씨를 폭행·협박해 분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방씨는 택시 완전월급제(일정 시간 이상 일하면 임금을 조건 없이 월급으로 지급) 정착, 불법 갑질 사업주 처벌,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다 지난해 9월26일 분신했고, 열흘 뒤인 10월6일 끝내 숨졌다.

앞서 검찰은 정씨를 기소하며 ‘정씨의 거듭된 갑질로 방씨가 매우 힘들어했다’는 참고인 진술과 ‘정씨의 횡포로 너무 힘들어 분신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토대로 방씨 분신에 정씨가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20일 방영환열사대책위 등이 해성운수에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으로 행진을 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날 정씨 쪽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방씨의 사망은 정씨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정씨 쪽 변호인은 “지난해 8월 화분 등을 던지려고 했다는 것과 모욕을 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방씨를 폭행할 의도가 없었고, 집회를 폭행이나 협박에 준하는 행위로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구속된 이유는 방씨 사망과 무관해 보이지 않다”면서 “(방씨의 죽음은) 여러 차례 진정을 기각한 노동위원회와 법원, 고인을 징계 요청한 민주노총 등에게도 책임이 있다. 고인 사망은 피고인과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정씨 쪽 변호인은 피고인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3000만원의 형사 공탁금도 걸었다며 보석을 요청했다.

방청석에서는 정씨 쪽에 대한 욕설과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찰은 “정씨가 방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분신 사망에 이르게 하고 방씨 사망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른 직원을 구타하는 등 갑질 범죄를 저질렀다”며 “죄질이 불량하고 중한 선고가 예상되나 피고인은 상당 부분 방씨에 대한 범행을 부인하고 아무런 책임도 미안한 감정도 없다고 한다. 보석을 불허해야 한다”고 했다.

방씨 쪽 변호인은 “피고인 쪽은 유족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정한 보상뿐만 아니라 해성운수 사업장 노동조건 개선과 피해자 명예회복 조처도 요구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요구하는 진정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검은 상복을 입고 공판을 지켜보던 방씨의 딸 방희원씨는 최 판사가 준 진술 기회에서 엄벌을 요청했다. 희원씨는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정씨 쪽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장례비 수준의 금액을 공탁 걸어놓고 빠져나가려고만 하고 있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다른 택시노동자를 구타했다는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 정씨가 석방돼 다시 노동자를 짓밟는 일이 없도록 엄중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11일 오전 방영환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와 방영환씨의 딸 희원씨는 해성운수 대표 정아무개(52)씨의 첫 공판이 예정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벌을 촉구했다. 고나린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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