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수박’으로 공격 받아” 이낙연…“김대중·노무현 정신 사라졌다” [이낙연 탈당 上]

김동환 2024. 1. 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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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24년 몸담은 민주당에서 탈당…“1인 정당 됐다” 비판
앞서 강득구·강민정·강준현·신정훈 의원은 ‘탈당 만류’ 기자회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탈당 및 신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소통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저는 오늘 24년간 몸담은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제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며 “오랫동안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낯선 집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지난 대선 이전부터 등장해 지금까지도 줄곧 ‘비(非)이재명계’를 겨냥한 조롱성 표현인 ‘수박’이 민주당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딸)’ 사이에서 나오는 것을 두고 “2년간 전국에서 모멸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자랑한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품격은 민주당에서 사라졌다며,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행이 횡행하는 ‘1인 정당’이자 ‘방탄 정당’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그의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의 개선을 기대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 전 대표는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민주당의 현 주소를 진단했다. 이에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본래의 정신과 가치·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고자 새로운 길로 나선다면서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품격을 지키겠다”고도 다짐했다.

신당 창당을 허물어지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제2의 건국’에 비유하면서 이 전 대표는 “그 길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와 힘을 함께할 인물로는 우선 지난 10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조응천·이원욱 무소속 의원이다. 이 전 대표는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이 그 길에 함께해주길 바란다”며 “청년과 전문직의 정치 참여 기회를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국가와 사회에서 크나큰 혜택을 받았고 이제는 국민께 돌려드릴 때가 됐다”며 “저의 의무로서 그런 일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더는 대한민국을 망가뜨리지 못하게 싸우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한다”는 말로 10여분에 걸친 회견을 마쳤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대표 탈당 선언 몇 시간 앞서 같은 자리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에서는 만류로 알려진 주된 목적과 달리 일부 대목에서 ‘수혜자’라거나 ‘당을 향한 공격’이라는 등 이 전 대표를 겨냥한 표현이 등장했다.

강득구 의원의 “아직 시간이 있다”는 시작하는 말에 이어 마이크 잡은 신정훈 의원은 “양당 체제의 최대 수혜자, 민주당의 최고 수혜자, 호남 민심의 최대 수혜자인 이 전 대표가 양당 구도를 깨고 3지대 정치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 전 대표의 탈당 결심 자체가 지역 주민과 민주당원들에 대한 배신이라면서다.

강준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피습으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을 떠난다고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연민에 호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 대표가 고통의 한복판에 놓였으니 다시 한 번 손을 잡자는 얘기로 들렸다. 이처럼 말하면서도 “지금의 민주당 의원들은 4년 전 이낙연 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국민에게 당선시켜 달라 요청했던 사람들”이라며 최근 ‘민주당 의원의 44%가 전과자’라던 말은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 그리고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였던 점 등을 끌어오고는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도 탈당하겠다고 한다”며 괘씸하다는 듯 비판도 했다.

강민정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한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눈에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이 전 대표에게 던졌다.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는 이낙연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에는 단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강득구 의원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시절 이 전 대표의 논평에 나왔던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 길로 가라, 큰 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던 대목을 소환했다. 당시 대선 후보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탈당이 잇따르자 초보운전자를 위한 격언을 빗대어 탈당을 꼬집는 과정에서 이러한 논평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 전 대표가 그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는 의미에서 20여년 전 글을 끄집어낸 것으로 보였다.

이처럼 ‘2002년과 2024년의 이낙연은 다르냐’고 따지면서도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기만을 바라던 민주당 의원 총 129명의 메시지를 뒤로 한 채 이 전 대표는 민주당과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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