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탈당·신당행…" DJ정신 사라지고 1인 정당으로 변질"(종합)
'이준석 신당' 연대 가능성엔…"DJP 연합보다 가까운 사람들 모일 것"
(서울=뉴스1) 김경민 박종홍 강수련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은 사라지고, 폭력적인 '1인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 전 대표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김대중 대통령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후 지금까지 민주당에 몸 담아왔다.
민주당 탈당과 함께 신당행을 택한 이 전 대표는 '원칙과상식'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협력하기로 했다. 양당 독점 구도 타파를 위해 '이준석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4년 동안 몸 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손수 쓴 탈당 회견문을 담담히 읽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 그렇게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 받았다"며 "저는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고 자성했다.
그는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얕은 생각을 제가 떨쳐 버리지 못했다"며 "또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고도 했다.
또 "저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선다"며 "저는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국가적 위기의 핵심은 정치의 위기"라며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다.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폭주'를 제어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며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며 "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이 탈당을 만류하는 메시지를 냈는데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 하는 것은 단합하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다"라며 "그런 노력을 평소에 당 변화를 위해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원칙과상식과 창당준비위원회를 같이 꾸리냐'는 질문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두고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그리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김대중 대통령은 당신과 정반대의 보수 지도자와 연립 정부를 꾸렸었고, 아주 보수적이었던 분을 통일부 장관, 안기부장에 앉혔다. 지금 제3지대에서 만날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이 만났던 그 분들보다는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며 "DJP연합보단 훨씬 더 거리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신당 목표에 대해선 "양당의 철옹성 같은 독점 구도를 깨트리는데 의미 있는 정도의 의석, 되도록이면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할 수 있는 한 지역구에 거의 다 후보를 내야될 것"이라고 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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