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관계자 항소심서 유죄로 뒤집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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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부적합한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해 영유아 등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대표 등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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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옥시 사건 피고인과 ‘공동정범’ 인정”
홍지호·안용찬, 각각 금고 4년…법정구속 면해
인체에 부적합한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해 영유아 등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대표 등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제조·판매업자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진행된 사건으로 규정하며 안정성 검사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를 비롯해 관계자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홍 전 대표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가습기 살균제 원액을 제조·제공해 인명 피해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다.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홈 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로 근무한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출시 당시 의사결정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995년 7월~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로 지냈다.
검찰은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가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보고서를 확보했으면서 추가 실험 없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진행된 관련 사건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 사건에서 사용된 CMIT·MIT는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PHMG와 PGH는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CMIT와 MIT는 이 사건 폐질환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검찰도 당시 기소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여러 수단 중 실제 사용환경, 실험 대상의 차이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계량적 평가 수치에만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뒀다”며 “불특정 다수가 폐질환이나 천식으로 큰 고통을 겪었으며 일부는 사망했고,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SK케미칼과 애경 등이 제품 출시 과정에서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홍 전 대표 등은 안정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상품화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제조·판매업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 ‘옥시싹싹가습기 당번’, ‘세퓨가습기살균제’ 용기 라벨에 모두 예외 없이 인체에 해가 없는 제품이라는 표기가 있었다”며 “허위 표시행위에 관련된 일부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은 그 책임이 더더욱 무겁다”고 질타했다.
앞서 유죄를 선고받은 옥시 관계자들과의 공동정범도 인정됐다. 공동정범은 행위자들끼리 범행한다는 의사나 연락이 있으며 객관적인 공동 실행 사실이 있어야 인정된다. 변호인들은 옥시 제품의 경우 SK케미칼 등 제품과 물리화학적 특성이 다르므로 공동정범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제조업자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성분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이 성분 차이를 알고 구매하기가 어렵고, 판매자들이 주원료 제품을 구분해 판매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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