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속아 작업당했다”... 한달 영업정지 술집의 울분
미성년자에게 속아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부산 한 술집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 단속에 걸린 한 술집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가게 간판 아래에는 입구를 덮을 만큼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에는 ‘우리 가게에 미성년자 투입시켜 나 x먹인 xx넘아 30일동안 돈 많이 벌어라!!’라고 적혔다.
업주는 또 이 현수막에 “작년 11월에 와서 돈 받고 처벌도 받지 않은 미성년자 너 똑바로 살길 바라. 네 덕분에 가정을 책임지는 4명이 생계를 잃었다”며 “지금은 철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어른이 된 후에 너희가 저지른 잘못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그렇게 가자던 휴가를 너 덕분에 간다. 잘 놀다 올게”라고도 적었다.
해당 가게는 다시 개장하는 다음 달 1일부터 소주, 맥주, 막걸리 등을 2900원에 판매하겠다고 알렸다. 이 사진 한 장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현수막에서 분노가 느껴진다” “속인 건 미성년자인데 왜 처벌은 속은 자영업자가 받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면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이 가게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해 지난 2일부터 31일까지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구청 관계자는 “보통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의견서를 제출하면 2개월에서 1개월로 영업정지 기간을 감경 받는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에게 속아 주류를 팔았다가 적발된 사례는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식당에서 16만원어치 음식과 술을 시켜 먹은 학생들이 ‘신분증 확인 안 하셨다’는 협박성 쪽지만 남기고 달아난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산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청소년에게 술을 팔다 적발된 사례는 6959건으로 나타났다. 2021년 1648건에서 2022년 1943건으로 늘었다. 신분증 위·변조, 도용 등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구제 조항(식품위생법 제75조)도 있다. 다만 행정처분 면제 사례는 2020~2022년 194건으로 전체 적발건수 대비 약 2.8%에 그친다.
이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20일 “청소년에게 속아 술·담배를 판매한 영업점의 경우 과징금 등 처벌을 유예하고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당시 “판매자의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최종 유죄판결이 있기 전까지 과징금 부과가 유예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요즘 CCTV가 다 있으니 조사해서 고의성이 없었고, 선의의 피해를 봤다면 전부 구제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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