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평가 불안한 野, 3명 더 나오면 신당 ‘기호 3번’ 단다
與野 공천 과정서 현역 탈당可
친명 “눈치보는 제2탈당파 있어”
야권 원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탈당했다. ‘이재명 방탄 정당’이 된 민주당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이 전 대표가 예고한 신당은 ‘현역의원 부재’가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전날 민주당을 떠난 현역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연대 의사를 밝히면서, 범야권 신당의 구심력도 강해졌다. 민주당 현역의원 평가와 맞물려 ‘하위 20%’에 포함되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원칙과상식 의원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협력하고 어느 지점에서 함께할 것인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신당(가칭)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원래 대중정당에는 일정한 스펙트럼이 있기 마련”이라며 “지금은 DJP 연합보다는 훨씬 더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이게 될 거다. 차이보다 공통점에 집중해 머리를 맞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현역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은 이르면 이달 14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정당 설립 절차에 돌입한다. 이 전 대표 측과도 시도당 대회와 창당준비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 중이다. 정치혁신포럼 ‘당신과함께’ 소속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과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도 합류하기로 했다. 이들은 오는 12일 원칙과상식 의원들과 함께 창당 계획을 공동으로 발표한다.
원칙과상식은 전날 탈당 의사를 밝히며 ‘개혁대연합’을 제안하고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연합하고 정치 개혁 주체를 재구성하겠다. 뜻 맞는 모든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낙연 전 대표도 탈당 후 창당 작업에 동참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국회 기자회견도 원칙과상식 소속 김 의원 명의로 회견장을 예약했다.
범야권 신당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민주당에선 ‘현역의원 컷오프 명단’이라는 괴문서가 나올 정도로 어수선하다. 민주당 총선기획단 결정에 따라, 당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가 현역의원을 평가해 하위 10% 이하는 감산 30%, 하위 10~20%는 감산 20%를 한다. 치열한 경선에서 결정적 페널티를 받는 것이어서 감산 대상자는 사실상 공천을 받기 어렵다. 이들 중 일부가 반발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대표와 원칙과상식이 추진하는 신당의 현역은 일단 3명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 상황에 따라 추가로 합류할 의원이 나올 수 있다. 컷오프 등 경선 탈락에 불복한 현역들이 이탈해 신당에 동참하면, 3자 구도가 만들어진다. 현역 의원 3명만 더 탈당해 신당에 동참해도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달 수 있다. 현재 원내 3당인 정의당 의석은 6석인데,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를 맡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이탈하면 5석이 된다.
신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함께하면 당 전면에 나서는 ‘간판’ 대신 무게감 있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실 것”이라고 했다. 공개적인 작업은 현역인 원칙과상식이 주도하되, 이 전 대표는 당 원로로서 민주정당의 ‘정통성’과 ‘상징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도 현역 의원들보단 이 전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당은 ▲대권주자 ▲현역의원이라는 선결 조건을 갖추게 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런 식의 ‘이탈’을 의식하고 있다. 친명(親이재명)계 김민석 의원은 “당내 경쟁에서 승리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 이합집산 세력의 공통점”이라고 했고, 양이원영 의원은 “숨죽이며 눈치 보는 제2, 제3의 탈당파는 당당히 경쟁하자”고 했다. 경선 등 내부 경쟁 과정에서 탈당 및 신당행을 택할 현역의원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민주당 의원 129명은 성명을 내고 “이낙연 전 대표는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였다.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또 “이낙연을 키운 민주당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길이 어떤 쪽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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