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영상+] "24년 몸담은 민주당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봉사하기로"
[앵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앞서 예고했던 대로 오늘(11일) 탈당 기자회견에 나섭니다.
민주당을 떠나는 이유와 향후 계획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회견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이재명 대표님의 빠른 쾌유와 당무 복귀를 기원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당원 여러분, 우리는 2023년 어두운 한 해를 보내고 2024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에는 가정마다 살림 걱정 덜하고 국가도 세계도 평화를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습니다.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습니다.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습니다. 저는 그러한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습니다.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얕은 생각을 제가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또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저의 그런 잘못을 후회하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저의 오늘 결정에 대해 저의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합니다. 저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섭니다.
저는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습니다. 저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위기였습니다. 저는 이 국가적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암흑기에 들어섰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부로 기록될 것이 확실합니다. 윤석열 정권은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례 없는 퇴행과 난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침몰로 갈 것이냐, 지속 가능한 국가로 회복될 것이냐의 마지막 기로에 섰습니다. 국가적 위기의 핵심은 정치의 위기입니다.
무능한 정권과 타락한 정치가 각자의 사활에만 몰두하며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 국가 과제의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망국적 정치는 민생의 고통을 덜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 공화국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검찰 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여야는 그런 적대적 공생 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후목불가조.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 구조부터 바꿔야 합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 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 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 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습니다.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혐오와 증오의 양극 정치를 끝내지 않고는 국민이 마음 편히 사실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흑백의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양극 정치는 지금 전개되는 다양성의 시대를 대처할 수 없습니다. 정치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바꿔야 됩니다.
저는 미국과 독일에서 1년 넘게 공부하면서 확실히 배웠습니다. 미국은 양당제 속에서 분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다당제로 극단의 정치를 피하면서 분열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합니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현재의 대통령제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집중된 최고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폐해를 우리는 진저리치며 경험하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를 고쳐 대한민국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최대한 분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 같은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합니다. 정치인 등 누구든 특권을 남용하면 국가 기강이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힘들게 이룩한 법치주의마저 권력에 유린되고 있습니다. 정권은 검찰의 칼로 세상을 겁박합니다. 다수당은 의석 수로 방탄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방탄합니다.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현실을 바로잡읍시다. 정치는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오직 국민과 국가에 봉사해야 합니다. 법치는 성역 없이 바로 서야 합니다. 경제에서는 R&D 지원과 규제 혁파로 기업의 도전을 돕고 미래 기술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복지는 생활에 필수적인 기초 서비스를 국가가 단계적으로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중부담, 중복지로 발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에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의 원칙을 되살려 제2의 한류를 더 확산시키도록 돕겠습니다.
외교에서는 한미 동맹을 중심에 두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정착시키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평화와 번영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최고의 역량을 갖춘 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허물어지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제2의 건국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 각오로 새로운 정치에 임하겠습니다.
그 길로 가기 위해 극한의 진영 대결을 뛰어넘어 국가 과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습니다. 무능한 정치를 유능한 정치로, 투쟁의 정치를 생산의 정치로, 부도덕하고 부패한 정치를 도덕적이고 깨끗한 정치로 바꾸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저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청년과 전문직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런 분들께서 정치 참여의 기회를 얻으시도록 돕겠습니다. 저는 몹시 가난했지만 많은 기회를 누리며 성장했습니다. 저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크나큰 혜택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국민께 돌려드릴 때가 됐습니다. 제가 무엇이 되겠다는 마음에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의 의무로써 그 일을 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정치 때문에 잘못되고 있습니다. 잘못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습니다. 그 길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저는 그 길이 쉬워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려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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