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해지는 후티 반군…블링컨 중동 순방 중 홍해서 미국 선박 첫 타격
안보리는 선박 공격 중단 결의안 채택
홍해를 점거하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미국 국적 선박을 공격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을 순방하고 있는 와중에 미국 선박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후티 반군의 도발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야히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날 TV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선박을 홍해에서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작전은 10명의 대원을 숨지게 한 미국 공격에 대한 초기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은 지난달 31일 홍해에서 싱가포르 국적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후티 반군을 타격해 최소 10명을 사살한 바 있다.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미국 선박을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사리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선박을 공격했는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사리 대변인의 발표는 홍해를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후티 반군 공격을 차단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공개한 직후 이뤄졌다. 중부사령부는 전날 밤 예멘 항구도시 호데이다 인근에서 후티 반군이 공습을 펼쳤다고 밝히며 “지금까지 홍해에서 있었던 공격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미군은 영국군과 함께 무장 드론 18대와 순항미사일 2발, 대함미사일 1발을 격추했다고 덧붙였다.
후티 반군의 미국 선박 공격은 공교롭게도 블링컨 장관이 중동 순방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일어났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바레인 방문 일정을 마친 뒤 “후티 반군의 공격은 기술 장비와 정보 등 이란의 지원과 사주를 받아 이뤄진 도발”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해를 둘러싼 긴장은 한층 고조됐다. 일각에선 미국이 예멘 본토에 보복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미군이 예멘 내 후티 반군 미사일·드론 기지, 선박 공격용 고속정 정박 추정 시설 등을 타격할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고,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선박 보호를 위해 해야 할 모든 일을 하겠다”라고만 밝혔다.
국제사회는 후티 반군에 대한 대응을 놓고 사분오열하는 분위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미국과 일본 주도로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 즉각 중단과 지난해 11월19일 나포한 화물선 ‘갤럭시 리더’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러시아·중국·모잠비크·알제리 등 4개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홍해 불안정의 진정한 원인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언급이 결의안에 담기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후티 반군도 물러서지 않았다. 후티 반군 최고혁명위원회의 모하메드 알리 알후티 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의안은 ‘정치적 게임’에 불과하다”며 “안보리는 고통받는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이 당장 해방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반발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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