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사태 대해부] 최태섭 작가 “손 놓는 정부, 이용한 정치권 책임 커… 접점 키울 양질의 소통 늘어야”
“억울한 남성들에 의한 ’백래시(어떤 생각에 대한 강한 반동)적 온라인 집단행동’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억울함, 주관적이고도 강력한 감정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 작가는 “억울함은 주관적”이라고 했다. 억울하다는 건 명시적이고 다양한 차별을 당하는 사회적 소수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란 이야기다.

최 작가는 2018년 저서에서 ‘기존에 사회적으로 보장받던 기득권을 전처럼 유지하지 못하고 남자 간 경쟁, 남녀 간 경쟁 모두에서 밀린 이들이 억울해한다’고 짚었다. 억울함을 느끼던 당시 남성들의 정서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게임업계는 대표적으로 남성 중심으로 작동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업계 종사자 성비는 7대 3 정도로 추정되며 게임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과금도 적극적으로 하는 소비자 역시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최 작가는 “유럽과 북미 기업들은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여성이나 유색인종, 성소수자까지 소비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늘 성공적이진 않아도 사회적 가치에 기준으로 두고 리스크 관리를 하려고 하는데 한국은 이를 무마하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한 기준도 만들지 못하고, 의사결정마저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재 구조로는 앞으로 더 증가하게 될 사회문화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우려점이다. 이번 집게손 사태를 두고 ‘집게손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한 이들 중에는 과거 ‘일간베스트(일베) 상징 찾기’에 빗댄 이도 적잖다.

이런 온라인 집단행동은 “어떤 체계를 갖추고 일어나는 일이 아닌, ‘누가 나쁜 짓을 했다고 주장해서 벌을 받으면 기쁘고 안 받으면 그만’인 일인데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기업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엄청난 효능감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사회에서 지금 같이 반응하는 일이 반복될수록 이런 악성민원 역시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정치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논란을 정치 이슈화하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왜곡하거나 이용하며 갈등을 심화시켜왔다”고 밝혔다. 고착화된 단절의 고리를 부수려면 ‘양질의 소통’이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떻게 대화의 장을 만들지가 책임있는 사람이 해야 할 고민이지만, 그런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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