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반트럼프’ 후보 크리스티 사퇴…경선 영향은

김유진 기자 2024. 1. 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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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윈덤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경선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중 가장 ‘반트럼프’ 목소리를 선명하게 내 온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중도 하차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열흘 앞두고 이뤄진 그의 사퇴로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일부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윈덤에서 열린 유세에서 “내가 (대선) 후보로 지명될 길이 없다는 사실이 오늘 명확해졌다”며 선거 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3%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이날 아이오와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 참여 자격도 얻지 못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지지 후보를 당장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어떻게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견제에 계속 나설 것을 시사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독주가 이어지면서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표 분산을 우려하는 당내 반트럼프 진영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이에 그의 사퇴가 향후 공화당 경선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특히 오는 23일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짝 뒤쫓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가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지지층을 흡수할 경우 헤일리 전 대사의 선전을 기대해봄직하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전날 CNN과 뉴햄프셔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9%, 헤일리 전 대사는 32%로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 차로 좁혀졌다. 중도층 표심을 겨냥해 뉴햄프셔 유세에 집중해 온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지지율은 12%다.

다만 이날 크리스티 전 주지사가 헤일리 전 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모두를 평가절하하는 듯한 내용의 발언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그는 마이크가 켜진 상태인 줄 모르고 나눈 대화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막대한 TV 광고 비용을 지출했다면서 “우리 모두 아는 것처럼 그녀는 완전히 패배할 것이다. 그녀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에 대해서도 그가 아이오와 패배를 우려하며 “두려움에 떨면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이날 아이오와에서 진행된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에는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헤일리 전 대사와 디샌티스 주지사가 ‘일대일’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다시 토론회에 불참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사당 폭동 사태에 대해 면책특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다”(헤일리), “판사가 기각할 것”(디샌티스)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가 태어날 때부터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거짓 주장을 펼치면서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한 우익 사이트의 보고서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유했다.

인도계 이민 가정의 2세인 헤일리 전 대사는 미국에서 출생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 대선 출마 요건을 충족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짓 출생 의혹을 제기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에서 자신을 맹추격하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를 의식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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