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에 일본이 배울 점 많아”…손잡은 한일 경제단체
공동성명에 “스타트업 육성·협력”
한일 넘어 한미일 경제협력체 신설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 등 담아
미래기금 통해 양국 고교교사 연수
11일 한국경제인협회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인협회)은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83년 시작된 한일재계회의는 코로나 영향으로 2020년과 2021년 중단됐다가 지난 2022년 7월 서울에서 재개됐다. 이번 회의는 서울 회의 이후 1년 반 만이고, 일본에서 열린 것은 2019년 11월 이후 4년여 만이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이번 행사는 2019년 이후 4년간 지속됐던 한·일 상호 수출규제가 완전히 종식된 이후 처음 갖는 한일재계회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뀐 뒤에 열리는 첫 회의이기도 하다.
산업협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스타트업 협력 사업이다. 이를 위해 오는 4월 초 한국 스타트업 10곳이 도쿄를 방문해 게이단렌 회원사인 대기업에게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투자 등을 논의하는 ‘한·일 스타트업 협력 포럼’을 개최한다. 또 가을에는 일본 스타트업이 한국에 와서 사업 협력 기회를 찾는 행사도 진행한다.
일본은 지난 2022년 말 스타트업 육성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2027년까지 10조엔(약 90조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10만개 이상을 발굴하고, 100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회의에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기금 자문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 스타트업은 자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일본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며 “반면 일본은 안정적인 투자자본과 종합상사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양국의 협력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경협과 게이단렌이 스타트업 육성에 손을 잡은 것은 지난해 11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양국 정상이 좌담회를 가진 것이 계기가 됐다. ‘혁신의 산실’로 통하는 스탠퍼드대에서 두 정상이 미래기술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양국 경제계가 스타트업 육성에 한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것이다.
사회문제 중에서는 탄소중립과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현안 해결에 집중한다. 특히 탄소중립의 경우 한·일 기업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측 기금 자문위원장인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한일은 유럽 주요국가와 비교할 때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공통적인 부분”이라며 “2050년 탄소제로로 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 전력계통망 연결, 청정수소와 관련한 공동투자와 구매협력 등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수소 사업과 관련한 별도 세션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이토추상사, 스미토모상사와 수소·암모니아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각각 체결하고 생산시설 공동투자와 인프라 활용 협력, 해외 시장 공동 개발 등 포괄적 협력을 추진중이다.
아울러 한일 경제계는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고 이 같은 논의 내용을 공동 성명에 담았다.
류진 회장은 회의에서 “내년은 양국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내년에는 인적교류가 상호 수출규제 이전인 2018년 수준(1000만명)을 넘어 1500만명 이상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양국의 대중교통을 하나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통카드 서비스를 호환하는 것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한일 양국은 이제 서로에게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가 됐다”며 “양국이 자유롭고 열린 국제경제 질서 재구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경협에서 10억원, 게이단렌이 1억엔을 출연해 조성한 미래파트너십기금은 1차 사업으로 양국 고교 교사 초청 방문을 진행한다.
우선 한국 고교 교사 50명이 오는 15일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업과 학교 등을 찾는다. 또 8월 말에는 일본 고교 교사 50명이 한국을 찾아 비슷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류 회장을 비롯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15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게이단렌 회장을 포함해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특별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엔도 노부히로 일본전기(NEC) 특별고문 등 14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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