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몰이’로 수사받은 노동자 32% “죽음·자해 생각”
‘우울 증상’ 46.7%…술 의존도도 심화
지난해 정부의 ‘건폭몰이’ 수사로 경찰·검찰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10명 중 3명 이상이 자살 또는 자해를 생각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장경희 심리치유단체 두리공감 상임활동가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조탄압이 건설현장 노동안전보건에 끼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건설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건설노조 의뢰를 받은 두리공감은 지난해 5~8월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건설노조 조합원 중 설문에 응한 411명의 정신건강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31.8%가 ‘최근 2주간 자살 또는 자해를 생각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2주 중 2~6일’은 19.2%, ‘2주 중 7~12일’은 7.5%, ‘거의 매일’은 5.1%였다.
응답자의 57.7%는 사회심리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속했다. 사회심리스트레스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상태인지, 전반적 행복감을 느끼며 생활하는지를 점검하는 지표다. 건설노조 조합원의 고위험군 비중은 일반 사업장(11.7%), 노조파괴 10년 사업장(23.1%), 비정규직 해고자(48.6%)보다 높았다.
건설노동자 양회동씨가 건폭몰이 수사에 항의해 분신사망한 지난해 5월 실시한 1차 설문조사(295명)와 양씨 장례식 이후인 지난해 6~8월 실시한 2차 설문조사(116명)를 비교해보면 고위험군 비중은 1차(55.3%)보다 2차(63.8%)가 높았다.
응답자의 46.7%가 검사나 진료가 필요한 우울 증상을 보였으며 67.4%는 불안을 호소했다. 수면시간과 질이 악화했고 술 의존도도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인기피, 두통, 가슴 두근거림 등을 호소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하지만 심리상담 또는 병원진료를 한 비율은 4.9%에 그쳤다.
장경희 상임활동가는 “조합원들이 호소하는 증상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매우 흡사하다”며 “긴급한 심리지원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조합원의 불안감을 낮추는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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