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에 실적부진 '8만전자' 턱밑서 뚝뚝…증권가는 "긍정적" 왜?

김소연 기자 2024. 1. 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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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블록딜 소식이 알려진 후 삼성전자가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실적 우려나 오버행(대기물량) 등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1일 오전 11시22분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500원(0.68%) 떨어진 7만3100원을 기록 중이다.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블록딜 소식에 지난해 4분기 실적 쇼크, 증시 부진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지분의 약 5%에 해당하는 2982만9183주(약 2조1900억원)를 블록딜로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 5586원어치까지 더하면 총 2조80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 주당 매각가격은 전날 종가인 7만3600원 대비 1.2% 할인된 7만2716원이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이번 대규모 주식 매각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후 약 12조원에 달하는 유족들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이 4차분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유족에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이었다. 삼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한다. 이에 이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해왔고, 이번이 4차분 납부다.

이번 주식 블록딜은 예견된 일이다. 삼성가 세 모녀는 지난해 10월 하나은행과 삼성전자 유가증권 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선에 가까워지면서 블록딜 가능성이 세간에 점쳐지기도 했다.

지난 2021년말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대를 회복했을 때도 오너일가는 블록딜을 실행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블록딜 여파에 글로벌 금리 인상 국면 속 8만원대에서 반년만에 5만원대로 빠졌었다.

증권업계는 이번 상속세 4차분 납부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오버행 이슈가 거의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 실적도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올해부터 본격 회복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부터 상속세 연부연납이 지속됐는데 오너일가가 상속세를 낼 때 매번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 현금, 대출 등 다양한 방식을 쓴다"며 "이번 블록딜로 상속세 4차 납부가 완료될 것인만큼 사실상 오버행 이슈는 거의 해소됐고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긴 했지만, 이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지난 9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1%, 35.03% 감소한 67조원과 2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잠정실적은 매출액 258조1600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58%, 84.92% 감소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전망치도 하회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삼성전자의 4분기 컨센서스는 매출액 70조3600억원, 영업이익 3조7441억원이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좌우하는 DS(반도체) 회복세에 더 주목한다. 이번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은 밝히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DS부문의 지난해 4분기 적자가 1조~2조원대로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삼성전자 몸값을 높인다. 하이투자증권(8만3000원→8만7000원), BNK투자증권(8만2000원→8만6000원) 등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2월 DS부문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 기준치를 11조5000억원으로 설정해 공지했다. 지난해 연간 누적 적자가 14조원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 부문에서만 전년대비 약 26조원 가량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 본 셈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회복을 위해 감산정책을 지속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성장세 속 AI용 고사양 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D램 20~30%, 낸드 40~50% 수준의 감산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 1분기에는 D램, 4분기에는 낸드 감산 전략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반기 D램 가동률이 상승해도 5개월의 생산 리드타임이 있고, HBM, DDR5 등에 집중하면서 실질 CAPA(생산능력)는 줄어 올해 실적 개선 국면에 본격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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