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사색' 예술세계 고스란히… 서울시립미술관 ‘구본창의 항해’ 회고전 [전시리뷰]
韓 현대사진 서막 올리고 작품세계 구축
수집품 등 1천100여점 전시… 3월10일까지
도시의 풍경에서 출발한 그의 카메라는 자기 자신을 관통한 뒤 주변의 연결된 모든 요소로 뻗쳐나갔다. 구본창 사진작가는 언제나 새로운 관심사를 동력 삼아 세계를 구축하고 전개해 왔다. 도전과 탐색을 마다하지 않는 항해자처럼, 구본창의 항해는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14일 개막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 2층에서 진행 중인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는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알린 구본창 작가의 국내 첫 공립 미술관 개인전이다. 작가의 전 생애를 총망라한 작품뿐 아니라 작가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모아왔던 수집품과 각종 자료까지 한데 모아 펼쳐내는 대규모 기획전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호기심의 방’,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이라는 구성을 통해 500여점의 작품, 600여점의 관련 자료 등 총 1천100여점의 전시품을 만난다.
‘호기심의 방’은 구본창의 예술세계가 어디서부터 비롯됐고, 어떤 배경에서 확장될 수 있었는지 엿보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색깔이나 형태를 오랫동안 관찰했다는 그의 사적 취향이 담긴 인쇄물, 버려진 잡동사니, 비누 등의 수집품이 어떤 방식으로 그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줬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모험의 여정’ 섹션에는 독일 유학 시절과 귀국 이후 다뤘던 실험적인 시도들이 펼쳐져 있다. 독일의 거리와 풍경을 찍던 카메라가 어느새 자신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변모해 가는데, 특히 ‘일 분간의 독백’ 등의 작업은 그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귀국 이후 보여준 ‘태초에’ 시리즈는 인화지와 바늘과 실을 끌어다가 사진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인화지 여러 장을 덧대고 꿰매면 조각보 내지는 누더기 옷감처럼 보이는데, 그 자체에서 묻어나는 질감이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하나의 세계’를 통해서는 작가의 내면 변화가 작품의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자신과 연결된 소중한 것들에 점점 몰두해 온 구 작가가 치매를 앓던 아버지의 연로한 육체를 ‘숨’ 시리즈로 찍어내면서 인간 내부를 채우는 것과 인간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들에 관한 사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흰 벽에 식물이 남긴 흔적을 촬영한 것인지, 눈으로 뒤덮인 풍경 속 나뭇가지를 찍어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화이트’나 제주도의 화산암을 수묵화 같은 질감으로 풀어낸 ‘스노우’ 역시 뷰파인더에 여백, 여운, 관조가 주는 감흥을 붙들기 시작한 그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대표 시리즈인 ‘백자’ 연작 역시 이 같은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다. ‘영혼의 사원’을 수놓는 ‘문라이징 Ⅲ’과 ‘콘크리트 광화문’도 시공간에 깃든 흔적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다.
한희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작가의 세계를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애, 작품 시리즈별 제작 계기, 국내외 전시 개최 배경 등의 지표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선보이는 전시”라며 “구본창 작가로부터 출발한 한국 현대사진의 태동과 전개 과정을 되짚어가다 보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섰던 그의 궤적 또한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월10일까지.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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