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경제 내셔널리즘: 경제 국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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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국제관계는 '내셔널리즘(nationalism·민족주의와 국가주의)'과 연관돼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 빠지자 시장의 논리보다 자국이익을 추구하는 '경제 내셔널리즘'은 더욱 강해졌다.
저자는 "킨들버거의 패권안정이론에 기초해서 보면 특정 국가 주도가 어려워지면서 세계경제는 불안정해지고 개별 국가의 내셔널리즘도 그 만큼 힘을 얻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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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국제관계는 ‘내셔널리즘(nationalism·민족주의와 국가주의)’과 연관돼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 빠지자 시장의 논리보다 자국이익을 추구하는 ‘경제 내셔널리즘’은 더욱 강해졌다. 오늘날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 내셔널리즘은 각 국가들의 경제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받을까.
사회사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가 쓴 신간 ‘경제 내셔널리즘’은 오늘날 현실에서 경제 내셔널리즘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관찰하고, 그 발생원인을 파악해 이로 인한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내셔널리즘이 국가들의 경제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수십 년 간 높은 경제 발전을 이룬 독일과 일본,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에 경제 내셔널리즘이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진행돼온 미국 경제력의 쇠락과 중국의 경제 발전에서 내셔널리즘이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내셔널리즘은 민족주의와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민족 혹은 민족주의 용어로서 ‘네이션’이나 ‘내셔널리즘’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뜻이 다르게 전달되기도 해 학문적인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예컨대 룩셈부르크 민족(Luxembourgers)은 네이션이 되었는데, 왜 버건디 민족(Burgundians)은 네이션이 되지 못했을까. 이러한 것을 논의하는 것이 내셔널리즘 연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 내셔널리즘(vaccine nationalism)’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2019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해 퍼지면서 세계는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2021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자 각국은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초비상이었다. 세계는 국가 간 평등하지 못한 현실을 절감한다. 백신이 나오기 전에 선진국들은 백신이 생산되는 대로 인도받기로 하고 대량의 물량을 확보했다. 미국은 8억 도스(1도스는 1회 접종분)를 예약하고 추가로 10억 도스를 더 살 수 있었고, 영국은 3억4000 도스를 계약해 국민 1인당 약 5 도스를 맞을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 선진국들이 백신을 매점한 사이, 가난한 국가들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저자는 경제 국인주의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꼬집는다. 세계 경제는 명백하게 상호의존하고 있어, 이것을 되돌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자국의 이익만 고집하는 내셔널리즘을 내세우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책은 변화하는 국제 경제에서 미중 양국의 패권경쟁의 양상과 국가들의 경제력과 힘의 변화를 살펴 보고, 경제 내셔널리즘의 미래를 예측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 국가들의 경제적 위상은 약화되고 브릭스(BRICS)나 신흥·개발도상국들의 경제력이 커짐에 따라 미국 등 국가 경제 주도력은 약화되고 있다. 저자는 “킨들버거의 패권안정이론에 기초해서 보면 특정 국가 주도가 어려워지면서 세계경제는 불안정해지고 개별 국가의 내셔널리즘도 그 만큼 힘을 얻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전망한다.
책은 세계 경제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변화를 토대로 한국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제시한다. 저자는 국제거래에 있어서 일시적인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은 그 이익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자주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조영정 지음ㅣ사회사상연구소ㅣ440쪽ㅣ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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