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활성화 정책이란 것이 과연 가능한가

이균성 논설위원 2024. 1. 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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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溫技] 플랫폼 상실의 비극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국내 디지털 크리에이터 시장 규모가 연간 기준으로 4조원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련 사업체는 1만1123개이고, 종사자는 3만5375명이다. 종사자 가운데 30대 이하가 64.9%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젊은이들이 주력인 시장이다. 연간 산업 매출액은 4조125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규모다.

조사기간은 2022년이다. 정부가 그전 2년간 실시해온 ‘1인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범위를 확대 조사한 것이다. 디지털 크리에이터 관련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

정부가 이 조사를 한 까닭은 두 말할 이유 없이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고 참여자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 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 당국자도 딜레마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됐다. 이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결국 유튜브를 비롯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해외 플랫폼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의미와 같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가 그러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1위는 유튜브(70.1%)였다. 그 다음이 인스타그램(16.5%)과 페이스북(5.7%) 순이었다. 3개 해외 플랫폼이 전체의 92.3%였다. 정부 발표에 이름을 올린 국내 플랫폼은 단 두 곳에 지나지 않았다. 네이버TV와 아프리카TV였다. 점유율을 따지면 각각 4.6%와 0.2%로, 합쳐도 5% 미만이다.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해당 플랫폼을 선정한 이유로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이용자가 많아서(응답률이 46.6%)’다. 그 다음이 ‘이용이 편리해서(32.5%)’와 ‘콘텐츠 특성에 맞아서(14.9%)’다.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이 그렇듯 이런 대답은 앞으로도 계속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임을 암시한다. 유튜브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이용하는 앱이고 가장 많은 이가 쓰는 앱에 오를 태세다.

‘유튜브 천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디지털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좀 우스꽝스럽다. 정부는 디지털 크리에이터에 대해 ‘정보통신망을 통해 창의성·전문성을 갖춘 이미지, 영상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제작·유통하는 자’라고 뜻풀이를 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이를 유튜버라고 부른다. 굳이 디지털 크리에이터라고 하고 어렵게 뜻풀이를 하지 않아도 유튜버가 뭘하는 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튜브 점유율이 70.1%라 해서 디지털 크리에이터 가운데 유튜브는 이용하지 않고 다른 플랫폼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모든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대부분 유튜브를 이용하고 다른 플랫폼까지 이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보는 게 더 맞다. 사실상 모든 디지털 크리에이터는 유터버이기도 한 셈이다. 그러니 디지털 크리에이터 육성책은 결과적으로 유튜브 활성화 정책이다.

모든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사실상 유튜브를 이용한다면 유튜브의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가졌다고 의심할 수 있다. 육성이 아니라 규제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국내 플랫폼에 대해서는 ‘닭 잡는 데 쓰는 폭탄’과도 같은 규제법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국내 플랫폼에 대해서는 가혹한 규제를 가하고 해외 플랫폼은 되레 활성화한다면 뭔가 이상할 수밖에 없지 않나.

정부 관계자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산업이 미래 미디어 산업의 동력”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 과실을 해외 플랫폼만 챙겨간다는 데 있다. 우리 플랫폼을 성공시키지 못한 결과다. 이번 실태조사는 이 사실을 적나라하게 확인한 결과다. 그러니 이제야 어떤 정책을 발굴할 수 있겠는가. 플랫폼 다변화가 핵심일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이제 와서 어떤 방법으로 가능하단 말인가.

플랫폼을 외국에 점령당한 뒤 맞은 비극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애매한 이름을 들어 외국 플랫폼 육성책을 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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