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노조원 96.8% “류희림 위원장, 직무수행 능력 부족”

언론노조 방심위지부 심의위원 평가 설문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러 입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취임 뒤 넉달여간 가짜뉴스심의센터 설치, 위법적 인터넷신문 심의 강행, 청부 민원 의혹 등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온 류희림 위원장에 대해 방심위 내부 직원들 대다수가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방심위지부가 11일 발표한 ‘5기 심의위원에 대한 직무수행 능력 평가 설문조사’(조사 기간 2023년 12월22∼28일)를 보면, 응답자(전체 조합원 114명 중 63명)의 96.8%가 류 위원장에 대해 부정 평가를 했다. 긍정 평가는 전혀 없었고 ‘매우 미흡’이라고 밝힌 비율도 76.2%나 됐다. 구체적으로는 “목적성에 기반을 둔 편파적 심의”,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로서 위원회를 장악한 점령군” 등의 평이 나왔다. 류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점수로 환산하면 1.24점으로 전체 방심위원 7명 중 가장 낮았다.

나머지 방심위원에 대한 평가 점수도 나왔는데 여권 추천 위원 3명(황성욱, 허연회, 김우석)은 평균 1.69점을, 야권 추천 위원 3명(김유진, 윤성옥, 옥시찬)은 평균 3.29점을 받았다. 직원들은 “현저하게 많은 의전을 요구함”(허연회), “특정 정당 이해관계에 매몰됨”(김우석), “성인지 감수성 부족”(옥시찬) 등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방심위 노조는 이러한 설문 결과를 전하며 류 위원장에게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민원 사주 의혹에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공익신고자를 색출하겠다고 불법·부당한 감사를 지시하는 처참한 상황에 직원들의 싸늘한 시선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며 “내부 구성원들의 전면적인 퇴진 투쟁과 맞닥뜨리기 전에 자진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현재 방심위 사무실 곳곳에는 류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이 붙어있다.

앞서 열린 올해 첫 방심위 전체회의(8일)와 방송소위원회의(9일)는 야권 위원들이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류 위원장의 일방적인 정회와 비공개 회의 전환, 옥시찬 위원의 욕설 소동 등으로 파행을 빚었다. 류 위원장은 옥 위원의 욕설을 “위원장에 대한 언어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오는 12일 임시회의를 소집해 “폭력 행위, 욕설 모욕, 심의업무방해, 비밀유지의무 위반 등 범법행위”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방심위가 옥시찬, 김유진 두 야권 추천 위원의 해촉건의안을 의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9명 정원인 방심위원은 5명이 된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