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샌드위치’ KB자산운용, 2년 안돼 총괄 자리 없애… 뉴페이스 영입하나

문수빈 기자 2024. 1.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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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AI 포함 4개 부문 폐지
화제 상품 만들지만 존재감 크지 않은 KB 이미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만년 3위’ KB자산운용이 1년 반만에 조직을 개편했다. 본부를 관리하는 부문을 없앤 게 골자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ETF 사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 추가적인 개편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KB자산운용은 업계 3위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위로는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밑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한화자산운용이 적자를 감수하고 점유율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엔화 노출 미국 장기채나 이차전지 인버스 ETF 등으로 입소문은 탔지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업계에선 KB자산운용의 이번 조직 개편에 주목하고 있다.

KB자산운용 제공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융기 KB자산운용 ETF&AI부문장은 지난 연말 인사로 KB국민은행 AI자산운용센터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후임 인사가 나지 않으면서 KB자산운용의 ETF부문 헤드인 ETF&AI부문장은 한동안 공석이었다.

전날 KB자산운용은 대체투자부문 외에 ETF&AI부문, 연금&유가증권부문, LDI부문, AI퀀트&DI운용부문을 없앴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의 ETF 조직은 ▲ETF마케팅본부 ▲ETF솔루션운용본부 등 2본부 체제가 됐다.

5부문 체제는 2022년 5월 도입됐는데, 1년 8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대체투자부문은 부동산 관련 부서라 중대재해처벌법을 대응할 총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살아남았다.

KB자산운용은 ETF본부에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거나 아예 본부 개편에 착수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ETF&AI부문 아래 ▲ETF마케팅본부 ▲ETF솔루션운용본부가 있는데 ETF마케팅본부를 전사 마케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실상 ETF 외에 공모·사모펀드 등이 팔리지 않는 만큼, ETF마케팅 담당 부서에서 전체 상품 마케팅을 맡는 식이다.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이사/KB자산운용 제공

이달 취임한 김영성 신임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자산운용도 과거와 달리 펀드보다는 ETF가 중심이 된다”며 “ETF 성장을 위해 본부간 시너지가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에 ETF는 계륵 같은 존재다. 수수료율이 1bp(0.01%p)인 상품이 있을 정도로 낮아 업계 1, 2위 회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만 ETF 사업에서 흑자고 나머지는 모두 적자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얼어붙고, 부진한 수익률에 공모펀드에 대한 시선도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최근 들어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팔리는 상품은 ETF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모두 ETF 시장 개척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신호는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ETF 출시였다. 타임폴리오는 한국형 헤지 펀드 명가로 소문난 만큼 사모펀드에 집중해 왔으나, 2021년 5월 ETF를 내놨다. 지난해에도 타임폴리오는 바이오와 글로벌 인공지능(AI)을 테마로 ETF를 출시한 바 있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성장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KB자산운용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차별화를 위해 내놓은 상품들이 입소문은 탔지만,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진 못했다. “KB운용하면 떠오르는 콘셉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삼성자산운용은 ‘채권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다.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은 단 하루만 투자해도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하루 금리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CD금리액티브ETF를 내놨다. 이 ETF는 한 달만에 시장 자금 1조원을 빨아들이더니 10일 기준 6조2529억원의 대형 ETF가 됐다.

시장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형’에 강세다. 지난해 미래에셋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미국 배당주, 중국 전기차 등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ETF를 출시했다. 이 중 차이나전기차ETF의 AUM은 1조8952억원으로 불어났다.

두 회사에 비해 KB자산운용은 내세울 분야가 빈약하다. 지난해 KB자산운용이 이차전지, AI, 미국 반도체 등 내놓은 ETF는 18개인데, 그중 순자산총액(AUM)이 1조원을 넘긴 상품은 하나뿐이었다. 두 번째로 AUM이 큰 상품은 2000억원대로 대다수의 상품이 100억~200억원 수준이다. 그나마 시장의 반응을 얻은 게 이차전지 하락에 베팅하는 ‘2차전지TOP10인버스’ETF다. 미국채30년 엔화노출도 퇴직연금을 겨냥해 출시했지만, 아직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뉴스1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KB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8.9%로 10%를 돌파하는 게 회사 내부 목표였다. 하지만 10일 기준 7.87%로 하락했다. 10%의 꿈이 더 멀어진 것이다.

점유율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5위 한화자산운용 또한 KB자산운용엔 장애물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최초로 ETF를 도입한 배재규 전 삼성자산운용 운용총괄 부사장을 대표로 영입했다. 한투운용은 ETF 이름을 기존 KINDEX에서 ACE로 변경하고 외부에서 본부장을 기용하는 등 대대적으로 쇄신했다. 덕분에 점유율은 3.74%에서 4.9%로 늘었다.

한화자산운용은 테마형에 집중했다. 국내 방산 기업에 투자하는 K방산 ETF와 일본 반도체의 소재·부품·장비에 투자하는 일본 반도체 소부장 ETF 등을 국내 시장에 최초로 내놨다. 덕분에 ETF 시장 점유율은 1%대 후반에서 2.35%까지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은 규모가 큰 채권형 상품으로 몸집을 어느 정도 유지하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특색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새로올 헤드가 어떤 역할을 할지 모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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