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압도적 가성비·신속한 공급력… 중동과 손잡는 ‘K-방산’

■ 한-중동 ‘석유없는 미래’ 준비한다 <5>
‘제2 중동특수’ 주력상품 각광받는 K-방산…왜
중동정세서 자유로운 상황 한몫
천궁Ⅱ 등 요격미사일 1발 15억
동급 성능 美 패트리엇은 48억
현대로템, 3개월이나 납기 단축
유지·보수 등 후속지원도 원활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각국에서 한국산 무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K-방산에 전 세계 방산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K-방산 인기의 비결로는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과 안정적인 품질 유지, 납기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신속한 공급 능력, 중동 역내 정세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정치 상황 등이 꼽힌다. 한국 방산만의 장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살려 나간다면 수출 호조세가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이 수출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무기로 무엇보다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점을 든다. 거액이 오가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는 미국·독일·프랑스 등 기존 방산 선진국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지 않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로 UAE에 이어 사우디 수출이 예상되는 천궁Ⅱ는 다른 동급 무기체계와 비교할 때 압도적 가성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격미사일 1발 가격이 약 15억 원에 그쳐, 약 48억 원에 달하는 동급 성능의 미국 패트리엇(PAC-3) 미사일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천궁Ⅱ는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춰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린다.

신속히 생산해 납기를 준수할 수 있는 공급 능력은 또 다른 장점이다.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무기 수요가 급증했지만, 생산 능력이 수요에 맞춰 빠르게 회복되지 않은 탓에 한국처럼 적시 납기가 가능한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지난해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K2 전차를 공급하면서 3개월씩 납기를 단축해 조기 인도했다. 유지·보수 등 후속 지원이 용이하다는 것은 또 다른 강점이다. 한국은 대규모 군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신규 무기 공급뿐 아니라 후속 군수 지원체계가 발달했고, 해외에도 원활한 사후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복잡한 역내 정세로부터 비교적 정치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한국산 무기의 매력을 높인다. UAE와 천궁Ⅱ 수출 협상을 진행할 당시, UAE가 이스라엘 방공체계 구매를 검토하자 한국은 “막 수교한 이스라엘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 중 어느 나라를 더 믿을 수 있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