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 반중 · 중도… ‘색깔론’에 지배 당한 대만선거

박준우 기자 2024. 1. 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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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총통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 선거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국민당 출신의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나서자, 집권 민진당은 물론 제2야당 민중당도 비판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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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통선거 D-2
국민당 마잉주 전 총통 인터뷰서
“시진핑 신뢰” 강조발언에 논쟁 격화
‘중국 위협론’ 민진당 라이칭더
“중국 선거개입 심각 믿어선 안돼”
‘중도’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시진핑보단 스스로를 믿어야 안전”
민중당 유세장 모인 지지자들… 10일 대만 지룽에서 열린 민중당 선거유세에서 커원저 총통 후보 지지자들이 ‘대만은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는 13일 치러진다. AFP 연합뉴스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대만의 총통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 선거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국민당 출신의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나서자, 집권 민진당은 물론 제2야당 민중당도 비판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총통선거 직후 대만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해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대만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전날 공개된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 예고편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무력보단 평화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시 주석을 신뢰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통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행보에 여론이 좋지 않자 대표적 ‘친중’ 인사인 마 전 총통이 중국 위협론을 반박한 것이다.

이에 중국 위협론을 강조해오던 집권 민진당과 민중당은 크게 반발했다. 라이칭더(賴淸德) 민진당 후보는 이날 먀오리(苗栗) 유세 현장에서 “(마 전 총통의 발언처럼) 정말로 시 주석을 믿을 수 있느냐”며 “믿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대만 신뢰(信賴臺灣·라이칭더를 믿는다는 의미로도 사용)와 시진핑 신뢰 간의 대결”이라며 “중국이 온갖 문화·군사·경제적 위협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데 이 공작이 성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때 국민당과 단일화를 추진했던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후보도 “시 주석보단 자기 자신을 믿는 게 안전하다”고 마 전 총통을 비판했다.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는 “나와 마 전 총통의 대중국 노선은 조금 다르다”며 “(나는) 중국에 대해 불가능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같은 당 부총통 후보인 자오샤오캉(趙少康)도 “무조건 신뢰가 아닌 조건부 신뢰”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만의 선거 직후 전직 고위 관리로 구성된 사절단을 대만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초당적 사절단에는 민주당 소속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차관과 공화당인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가 임명됐다. 전문가들은 총통 선거 직후 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과거에 없던 일로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추가적인 군사적 압박이나 강압으로 대응하기로 선택할 경우 중국이 도발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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