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소통’ 획기적 강화 필요하다[시평]

2024. 1. 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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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이시카와 强震 한국에도 충격
인프라 파괴하고 쓰나미 유발
원전 불안 잠재울 대책 급선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세월호·핼러윈 때 제2의 재앙
AI 수준의 준비와 훈련 필요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强震)으로 1만9000여 채의 주택이 완파 또는 파손됐다. 공장·도로 등을 합친 피해액이 8163억 엔(약 7조5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민간 추계치도 나왔다. 지난 9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사망자는 202명, 부상자는 565명, 연락 두절 주민은 102명이다. 진원지인 노토(能登) 반도로부터 약 90㎞ 떨어진 시카(志賀)정에는 원전(原電) 2기가 있다. 그러면 주변국에서 지진 등 거대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정부가 가장 취약한 대응 단계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지진 발생 약 3분 뒤 한반도의 지하수 수위가 최대 1m가량 출렁거렸다고 한다. 지하수가 불안정해지면 건물 붕괴와 각종 인프라, 생명라인(도로, 전기, 가스, 상하수도, 통신, 인터넷, 지하교통망)이 훼손된다.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눈에 보이거나 직접 체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국의 지진과 관련한 지하수의 영향과 그로 인한 인프라 위협의 정도를 조사하고 분석하기 시작해야 한다.

지형 변화도 절대 간과할 일이 아니다. 피해가 가장 심한 이시카와현 와지마(輪島)시 일부 해안선은 바다 쪽으로 최대 240m 전진하는 등 전체적으로 4.4㎢의 육지가 늘어났다고 한다. 또, 와지마시 인근 해안의 지반은 약 4m나 솟아올랐다고 한다. 한쪽이 그렇게 융기(隆起)하면 어느 한쪽은 가라앉거나 변형되게 마련이다. 한반도 육지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세심하게 연구하고 관련된 위험을 공유해야 한다.

쓰나미 역시 무시무시한 위협이다. 지진이 강타한 이시카와현 항구에 높이 4.2m의 쓰나미가 덮쳤고, 우리나라 동해에는 최고 파고 0.85m, 시속 500㎞ 속도로 밀어닥쳤다. 일본의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한다면 인구가 밀집돼 있고 중화학공업단지가 모여 있는 우리나라 동남해안이 위험해진다. 파도로 인한 물리적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거지역의 침수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즉, 지진의 진원지와 강도 및 그로 인한 쓰나미의 규모가 우리나라 동남해안의 구조물과 주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파악하고, 기업 및 주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적절성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격변의 가능성은 물론 원전이다. 일본 지진이 위에서 나열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원전의 안정성에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원전 당국의 치밀하고 체계적인 조사·분석이 필요하다. 한편, 원자력 안전 당국은 국민의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고 유사시 함께 대비할 수 있도록 잘 준비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을 시작해야 한다. 전문가들이나 알아들을 수 있는 확정적인 언사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여러 개연성에 따른 당국의 준비에 대해 알기 쉽게 전하고, 국민의 우려를 듣고 답해야 한다. 세월호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에서 정부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재앙과 같았다. 그 결과, 사건·사고는 참사와 비극으로 비화했다. 혹독한 실패였던 만큼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부는 예방 과정은 쉽고 즐겁게 수행한다. 리스크를 들먹이며 사회적 공포의 토대 위에서 예산과 규제를 확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진짜 실력은 재해재난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필요한 대응 역량에서 드러난다. 우리 정부는 거의 매번 실패했다. 컨트롤타워,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소방·경찰과 해경 등이 언제나 인명구조 등 초동 대응과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허둥지둥과 무사안일을 반복했다. 예외가 없을 정도여서 관찰자로서 참담하다.

이러한 분석과 대비 방법을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연구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처음부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수준에서의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수립해야 한다. 계속 모델을 모니터링하고 검증하는 동시에 그 상황을 전문가는 물론 국민과 교류해서 모델의 적합성을 제고하고 국민 수용성도 동반해야 한다. 또, 상황별로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 국민의 자발적인 준비에 도움을 줘야 한다. 사전에 빈틈없이 준비해야만 대응할 수 있는 일들이다.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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