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法 허구성과 野 인명 경시 기억[포럼]

2024. 1. 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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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과 구조·내용이 본질적으로 같다.

세월호특조위와 마찬가지로 이태원특조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도 '이 참사는 국가가 국민의 인명을 경시한 결과다'라고 선언하는 게 될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은 좁은 공간의 경사로에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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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측이 반대하는 내용은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부분이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국민의 혈세를 퍼붓고도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관해 새롭게 발견해낸 것은 하나도 없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그 이유다. 유가족 보상과 피해 지원 확대에 대해선 국민의힘도 같은 입장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너무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는 바람에 배가 심하게 기울었고 평형수가 규정대로 채워져 있지 않아 선박의 자세가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설명 외에 특조위가 새롭게 찾아낸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또한,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해경이 반복적으로 승객 탈출을 요청했고, 승무원들이 여러 차례 퇴선 여부를 물어봤는데도 선장이 끝까지 이를 무시한 결과 배에 남아 있던 승객과 승무원 30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 외 승객 사망에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 특조위가 밝혀낸 사실은 없다.

세월호특조위를 위해 투입된 국가 예산은 모두 572억 원이었다. 무엇 하나 변변히 밝혀내지도 못하면서 조사가 반복된 것은, 유족들의 한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어느 모로 보나 악독한 이는 퇴선 명령을 끝까지 뭉갠 선장이다. 그런데 그를 비난하는 정도로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하다.

2022년 9월 세월호특조위가 발간한 62쪽 분량의 권고문을 보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생명까지 경시하는 회사 행태의 근본적 원인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대신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경시했다는 점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과 구조·내용이 본질적으로 같다. 세월호특조위와 마찬가지로 이태원특조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도 ‘이 참사는 국가가 국민의 인명을 경시한 결과다’라고 선언하는 게 될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은 좁은 공간의 경사로에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를 핑계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모든 제한을 일거에 해제했다. 젊은이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욕구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침 핼러윈 축제였다. 경찰이 적절하게 인원을 통제했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이러한 통제를 하려면 지침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국민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조위가 그런 지침을 만들기 위한 조직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현 정부를 국민 인명을 경시하는 집단이라고 매도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들의 가장 아픈 부위를 잘 알고 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실종돼 북한군에 사살돼도 죽든 말든 방관했고, 탈북한 어민 두 사람을 강제로 북송해서 고문치사 당하도록 한 장본인이 민주당 정권이었으니 하는 말이다. 새로운 조사 결과나 획기적인 대책은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정치적 비난만 하다 끝날 이태원특조위에 96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려는 일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진다.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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