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버블’ 오명 벗고...11일부터 전자지갑 없이 매매 가능

2024. 1. 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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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제도권 진입의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 거래를 승인했다.

또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반려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지 않자 시장에선 'ETF 승인'을 염두한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모두 승인할 경우 이들 ETF의 수익률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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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등장때 ‘실체없는 거품’ 등 비판
블랙록·피델리티아크 등 상장 신청 수용
쉽게 포트폴리오 편입...대규모 자금유입

비트코인이 제도권 진입의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 거래를 승인했다. 내일부터 따로 전자 지갑을 만들고 돈을 옮길 필요 없이 일반적인 주식·ETF와 똑같은 매매방식으로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개인부터 기관 투자자자까지 포트폴리오에 간편하게 비트코인을 편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어질 전망이다.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의 마지막 관문 넘어=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휘청거리던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의 프로그래머가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암호화한 가상화폐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현대판 튤립 투기’, ‘실체 없는 거품’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기술적 문제들과 정부의 규제 때문에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론도 컸다. 하지만 2010년 중반까지 1센트도 되지 않던 1비트코인 가격은 11일 현재 4만6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어느덧 기축통화 지위까지 넘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10년간 제도권 안으로 한 발짝씩 전진해왔다. 2013년엔 비트코인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폐쇄형 펀드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트러스트’가 출시됐고, 2017년 말엔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했다. 이미 2021년 2월 캐나다에서 세계 최초 비트코인 현물 ETF인 BTCC(Purpose Bitcoin ETF)가 상장됐지만 금융 중심지인 SEC의 벽은 쉽게 넘지는 못했다. SEC는 ‘현물 보관도, 투자자 보호도 의문’이라며 여러 차례 승인을 연기해왔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해 6월 SEC에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블랙록의 상품 출시 신청 승인 확률은 100%에 달한다. 시장에선 블랙록이 그만큼 많은 준비와 사전 조율을 거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준비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여러 금융사들도 잇달아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반려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지 않자 시장에선 ‘ETF 승인’을 염두한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운용사들도 ‘현금 환매 방식’과 ‘지정참가회사(AP)’ 계약 등 SEC의 추가 요청사항을 반영하면서 승인 절차도 급물살을 탔다.

▶“편하게 투자할 길 열려...대규모 자금 유입”=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가상자산 업계의 숙원이 된 이유는 단순히 제도권 진입의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 저변을 크게 넓히고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 기관투자자들은 코인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가상 자산을 뺏기거나 거래소의 시세조작 리스크 때문에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기를 꺼렸다. 그런데 비트코인 현물 ETF가 등장하면 선물과 달리 롤오버 비용도 들지 않고 안심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선 전자지갑을 만들어서 계좌로 돈을 옮기는 등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서, 기존 금융 인프라를 사용해서 투자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면 현재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이나 퇴직연금계좌 등을 통해 운영되는 자금이 비트코인으로도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현물 ETF 승인과 함께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라는 호재도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로 주어지는 공급량이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드는 시기로, 시장에서는 그 시기를 올해 4월로 예상한다. 다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시장 영향력이 과장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모두 승인할 경우 이들 ETF의 수익률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올해 4월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는 이미 가격에 선반영돼 향후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나올 주요 기관투자자의 비트코인 ETF 투자 뉴스, 비트코인 반감기 등이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면서 자금 유입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ETF 출시 초반에 강한 자금 유입이 발생할 경우 단기적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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