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꺼지고, 비명도 감지 못해...공중화장실 비상벨 상당수 관리 부실
위급한 상황에 이용하도록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의 상당수가 작동하지 않거나 큰 소리로 외쳐도 감지하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27일까지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중화장실 비상벨 관련 설치 조례 개정과 유지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경기도는 이 과정에서 임의로 선정한 용인시 처인구(63곳)와 동두천시(30곳) 공중화장실 93곳에 설치된 비상벨 136개에 대해서는 불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136개 가운데 전원이 꺼져 있거나, 경찰 또는 관리기관에 연결되지 않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26건 확인됐다. 9개는 전원이 꺼진 상태였고 16개는 경찰이나 관리기관(공원관리사무소 등)에 연결되지 않았다. 1개는 관할 경찰이 아닌 전북경찰청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또 136개 가운데 음성 인식이 가능한 88개 비상벨을 대상으로 소음 측정기를 이용해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에 작동 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100 데시벨(기차 통과 시 철도변의 소리)이 넘었는데도 작동하지 않거나 100 데시벨 초과에서만 작동한 경우가 45건이나 됐다.
경기도에 따르면 음성인식 비상벨의 이상 음원 감지 기준은 법령 등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100 데시벨 이하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위급상황에서 정상 작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상벨 설치업체가 오작동 등을 사유로 작동 기준을 임의로 상향하고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은 긴급상황 발생 시 버튼을 누르거나 “살려주세요”와 같은 특정 단어가 인식되면 강력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외부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되면서 경찰서 112 상황실과 음성통화를 통해 즉각적으로 범죄나 안전사고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밖에 ‘양방향(경찰관서와 직접 통화 가능) 비상벨 미설치’ 26건, ‘비상벨 설치 장소 부적정(대변기 칸막이 내 미설치)’ 7건, ‘경광등·경고문·보호덮개 미설치’ 126건, ‘경광등 고장’ 9건 등의 부적합 사례도 적발됐다.
경기도는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비상벨의 이상 음원 감지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하고 부적합 사례 보완 등을 위한 국비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다.
최은순 경기도 감사관은 “안전 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는 공중화장실에서 비상벨은 범죄와 안전사고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예방책”이라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도내 모든 공중화장실 비상벨이 철저히 관리되도록 31개 시·군에 사례를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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