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테이 "뮤지컬 '레베카' 오디션, 만장일치 합격했어요"
[SBS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긴장감 넘치는 뮤지컬 '레베카' 오디션에서 제가 노래를 마쳤는데도 주위가 너무 조용했어요.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요. '아, 잘 못 불렀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상견례 때 제가 만장일치로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놀랐어요. 전 간신히 붙은 줄 알았거든요. 하하."
편안한 목소리로 자분자분 하지만 재밌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갔다. 이건 가수 겸 뮤지컬 배우 테이(40)의 고유한 매력이다. 그렇다고 그 안에 든 얘기까지 가볍고 재밌기만 한 건 아니었다. 테이는 놀랍도록 진솔하게 자신의 얘기를 꺼내놨고, 놀랍게도 진중한 일과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보였다.
'레베카' 막심 드 윈터로 앙코르 공연 중인 테이는 올해로 가수 데뷔 20년을 맞았다. 대중 문화인의 삶에서 절반 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뮤지컬 배우로 살았다. 그동안 테이는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광주', '드라큘라' 등과 연극 '스페셜 라이어' 등으로 부지런히 배우의 '기술'을 갈고닦았다.
'기술'은 흔히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을 일컫지만, 테이는 배우로서 극 안에서 맡은 역할을 다 해내는 것 역시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레베카'의 막심 드 윈터는 주인공이자 감정이 극적으로 요동치는 인물로서, 말하자면 고난이도 기술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역할이다.
"레베카의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고, 또 장면과 장면 별로 감정의 변화를 잘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 바로 막심이에요. 앙코르 공연장이 소리도 예민하게 전달되는 곳이다 보니까 저는 조금 더 세밀하게 감정을 음악과 연기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거죠. 조금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약속된 동선이 있다 보니까 절충안을 찾아서 노력했어요."
'레베카'의 막심 역할은 많은 남자 배우들이 탐내지만 기회는 희소한 그런 자리다. 오만석, 류정한, 민영기 등 막심 역할을 오랫동안 빛내던 연기가 정석처럼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역할이기도 하다. 테이는 스스로의 장점에 대해 "기대치가 낮은 것"이라고 말하고 껄껄 웃었다.
"'기대 이상의 배우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인정하긴 싫지만 그건 다들 '기대를 안한다'는 뜻 아닌가요. 하하. 심지어 팬들도 걱정을 많이 해요. 제가 티는 많이 내지 않지만 치밀하게 연습하고 치열하게 고민을 한 거든요. 나중에 사람들의 기대가 커지더라도 그 이상을 할 욕심이 있어요."
테이는 요 몇 년 간 '열일' 중이다. 요식사업을 운영하는 것도 잘 알려졌는데, 매일 아침 7시부터 라디오 '굿모닝 FM 테이입니다'를 진행하면서 뮤지컬을 병행하고 있다. 보통 사람은 하나만 하기에도 버거울 수 있는 스케줄을, 테이는 마치 여러 접시들을 동시에 돌리듯이 지낸다.
"잠은 쪼개서 자요. 긴 잠은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대신 쪽잠을 잘 자요. 매니저가 있으니까 차에서도 틈틈이 잘 자요. 저는 프리랜서잖아요. 목표는 하루하루 실수 없이 잘해나가는 거예요. 대신 아프면 안 되니까 바이러스에 예민해요. 민감도가 올라갔는데 그게 좀 피곤한 일이죠."
유머러스하고 여유 있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치열하고 치밀한 연기 기술자의 내공이 드러난 말에 "강연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 반응도 나왔다.
"사실 인기에 대한 목표는 예전에 내려놨어요. 그게 마음이 아픈 과정이거든요. 그때 우울증이 많이들 와요. 저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고 그걸 극복하면서 생활권에 제 직업이 들어갔어요. 그런 환경이 주어진 거죠. '살아남자', '쓰여지자', '그러려면 잘하자', '나를 돌아보자' 이렇게 과정이 된 거죠.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게 어렵지만 고통스럽더라도 해야 해요."
여러 히트곡을 부르고, 뮤지컬 배우로서의 기반도 잘 닦았으면서 어쩌면 지나치게 스스로를 조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테이는 "프래랜서로서 긴장감은 영원히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선배들이 폼이 떨어졌다 느낄 때는 지나온 세월에 대한 스스로의 신뢰가 너무 높을 때였던 것 같다. 재능 있는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니까 압도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도 기대를 안 하니까.(웃음)"
테이는 올해 '레베카' 공연을 마친 뒤 당분간 가수로서의 자리로 돌아간다. 새로운 앨범과 무대를 통해서 가수 테이로서 더 확장된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는 조금 더 기대치를 올릴 수 있도록 난이도 있는 작품을 선택할 예정이다. 테이는 "레베카는 또 다른 시작"이라며 웃었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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