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고객 돈 돌려막기' CEO 중징계 임박…KB증권 유독 긴장

조슬기 기자 2024. 1. 11. 11:2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채권 돌려 막기'는 지난해 여의도 증권가를 뒤흔들었던 이슈 중 하나입니다. 

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신탁 상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법인 고객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천억 원대 채권을 돌려 막아 온 위법 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현장 검사를 받았던 9개 증권사에 대한 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KB증권이 유독 긴장하고 있습니다. 

조슬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채권형 랩·신탁 불건전 영업 실태 관련 금감원의 제재가 곧 이뤄질 것 같다고요? 

[기자] 

일단 9개 증권사의 랩·신탁 업무실태 검사 결과가 지난해 말 나왔고요. 

현재 제재심의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올리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입니다. 

증권사마다 의견서를 보내 검사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위법 행위와 관련해 현재 어떤 입장인지 답변을 취합하고 있는데요.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별 의견 취합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고 제재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KB증권이 유독 긴장하고 있다고요? 

[기자] 

아무래도 하나증권과 함께 채권 돌려 막기 첫 현장 조사 타깃이 됐던 증권사라는 부담이 있고요. 

또 랩·신탁 불건전 영업실태 조사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데 도화선 역할도 뜻하지 않게 했습니다. 

당시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만기 미스매칭 운용은 불법이 아닌 관행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게 대표적인데요. 

이게 도리어 KB증권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으로 조사를 넓혀야 할 사안이란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증권사끼리 서로 짜고 다른 고객들 돈으로 손실을 메워준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임을 현장 검사를 통해 거듭 각인시켰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 (단기 운용 상품을 장기채로 운용해) 고객을 속인 게 되잖아요. 난 3개월 만기 짜리를 달라고 했는데…(결국) 손실이 난 걸 메꾸기 위해서 고객이 난리를 치니까 다른 증권사에 (넘기고)] 

[앵커] 

연이은 징계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요? 

[기자] 

KB증권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불과 두 달 전에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박정림 전 대표가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나 회사 역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다하지 않았단 이유로 기관경고 중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랩·신탁 불건전 영업으로 제재심까지 앞둔 상황이라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채권 돌려 막기 역시 CEO 제재로 이어질 수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고객 계좌 간 돌려 막기를 경영진이 직접 지시했거나 사전에 알고 있었던 정황이 당국에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일부 증권사는 랩과 신탁의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렵게 되자 회사 고유 자산까지 동원해 고객 CP(기업어음)를 고가에 매수하는 모럴 해저드도 있었습니다.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KB증권도 해당 의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상황인데요. 

금감원은 관여 수준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적용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시 말해, 위법 행위를 제대로 거르지 못한 책임은 내부통제 최종 담당자인 증권사 경영진에게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함용일 / 금감원 부원장 :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 관행은 증권사 CEO의 관심과 책임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앵커] 

결국 당국의 이런 CEO 징계 방침은 박정림 전 사장에게도 또 하나의 큰 부담이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박 전 사장은 금융당국 직무정지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인데요. 

다행히 얼마 전 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명예 회복을 위한 힘든 싸움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랩·신탁 상품 불건전 영업 관행 책임까지 가중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해당 증권사마다 CEO가 관여한 수준이 다르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입니다. 

그러나 경영진의 신분상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증권사 중 한 곳이란 꼬리표가 붙은 만큼 KB증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해당 부서 직원들도 걱정이 크다고요? 

[기자] 

이 부분은 KB증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9개 증권사 소속 30여 명 내외의 랩·신탁 담당 운용역이 주요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금감원이 검찰에 넘긴 혐의자 리스트에 자신들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정확히 알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단 후문인데요. 

고소나 고발로 이어져 수사 단계로 넘어간 게 아니라 혐의를 공유한 정도라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인데요. 

KB증권은 랩신탁 검사 결과 이후 상황은 별도로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신의 제보가 뉴스로 만들어집니다.SBS Biz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홈페이지 = https://url.kr/9pghjn

짧고 유익한 Biz 숏폼 바로가기

SBS Biz에 제보하기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