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 먼저 약속했다" 드라구신 메디컬 테스트 통과 → 제노아에 감동의 작별 인사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이제 모든 게 마무리됐다. 남은 건 공식 발표 뿐이다.
토트넘 홋스퍼가 제노아의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22) 영입이 임박했다. 하루 전부터 복수의 영국 매체가 드라구신의 토트넘행을 알린 가운데 세부 계약 및 메디컬 테스트까지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11일(한국시간) "드라구신이 토트넘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이적료는 2,500만 유로(약 361억 원)에 500만 유로(약 72억 원) 옵션이 더해졌다. 여기에 제드 스펜스의 임대가 포함됐고, 스펜스의 주급은 토트넘이 지불한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제노아와 이적료 협상은 물론이고 드라구신과 개인 협상도 끝냈다. 오는 2029년까지 총 5년 반의 장기 계약을 맺었고 시즌당 연봉은 300만 유로(약 43억 원)로 알려졌다. 모든 부분에서 합의를 마쳤기에 머지않아 이적 오피셜이 뜰 전망이다.
드라구신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노아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컸던 시기를 한 단어로 말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그래도 흥미로운 한 페이지를 함께 쓴 것에 감사하다"며 "제노아와 세리에A로 승격하고 지금까지 함께한 부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제노아 팬들이 보내준 모든 애정을 그리워할 것이다. 제노아는 평생 내 마음 속에 있을 팀이다. 고맙다"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토트넘이 마침내 센터백 보강에 성공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했던 목표를 초기에 이뤄내면서 1월부터 선두권 싸움에 다시 가담할 동기를 얻게 됐다. 그만큼 토트넘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센터백 영입이 시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하고 수비진을 자신의 전술에 어울리게 바꿔놓았으나 주전 조합이 그라운드에 나설 일이 부쩍 줄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거친 플레이로 잦은 징계를 받으면서 부상도 심심찮게 당한다. 지금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상태. 그의 파트너로 삼았던 미키 판 더 펜도 지난해 11월 첼시와 경기 도중 허벅지를 다쳐 장기간 이탈했다.
그나마 판 더 펜은 최근 팀 훈련에 복귀하고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번리전을 통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머지않아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달가량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기에 정상 감각을 얼마나 빨리 되찾을지가 관건이다. 판 더 펜은 장신의 높이를 자랑하면서도 스피드도 준수해 수비 라인을 올리는 토트넘에 안성맞춤 자원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낙점했던 주전 센터백 라인인 로메로와 판 더 펜이 빠진 가운데 토트넘은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다행히 벤 데이비스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에메르송 로얄을 가운데에 배치한 게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데이비스와 에메르송 모두 측면 수비수가 주 보직이라 강팀을 만나게 되면 언제 약점을 노출할지 모른다. 토트넘은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고, FA컵 4라운드(32강)에서는 막강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해야 한다. 그때까지 즉시 전력감 정통 센터백 합류는 필수였다. 드라구신 합류로 든든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부터 판 더 펜과 드라구신 조합이 선발로 뛸 수 있다.
드라구신은 토트넘이 원하는 기량과 체격 조건을 갖췄다는 평이다. 2002년생으로 루마니아 태생의 드라구신은 수비가 강력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줄곧 시간을 보내며 성장했다. 유벤투스 유스 출신으로 프로 데뷔도 2020년 유벤투스 1군을 통해 해냈다. 이후 세리에A 클럽인 삼프도리아, 살레르니타나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현 소속팀인 제노아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시즌이다. 먼저 임대를 통해 제노아에 둥지를 튼 드라구신은 활약을 인정받아 올해 초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며 세리에B에 있던 제노아를 세리에A로 승격시킨 드라구신은 이번 시즌에도 22경기 2골로 주전으로 뛰고 있다.
191cm의 빼어난 신체 조건을 가진 드라구신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대인마크다. 좋은 체격에서 발휘되는 제공권이 좋아 시즌마다 골을 기록할 만큼 수비수임에도 공격 성향을 갖췄다는 평가다. 수비수에게 라인을 끌어올리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드라구신 영입을 승인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드라구신은 세리에A에서 수비수임에도 경기를 지배하는 매력을 뽐내왔다. 지난주 볼로냐를 상대한 드라구신의 경기 지표를 보면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었다. 중앙 수비수로 나선 드라구신은 풀타임을 뛰며 완벽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90분 동안 클리어링 5회, 슈팅 블록 4회, 가로채기 3회, 공중 경합 승리 100% 등 벽과 같은 수치를 자랑했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도 39번의 볼 터치를 기록해 92%의 패스 성공률을 보여줬다. 토트넘이 원하는 부분을 모두 충족하는 기록이다. 수비수가 경기를 지배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드라구신에게 7.4점의 평점을 주면서 필드 플레이어 중 최고 평가를 내렸다. 강력한 수비력을 갖춘 즉시 전력감을 찾는 토트넘에 드라구신이 보여준 최고의 무력 시위였다.
대외 평가도 아주 좋다. 축구 통계 매체 '스쿼카'는 드라구신을 이번 시즌 세리에A 최고 수비수라 평가한다. 제공권이 좋아 공중볼 경합에서도 53회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수비수에 드리블 돌파 허용도 한 차례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철벽 같은 느낌을 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선지 이탈리아에서는 체격과 수비 스타일, 공격 가담 능력까지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맹활약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바통을 이었다고 호평한다.
다만 드라구신의 활약을 보며 토트넘만 반한 게 아니었다. 토트넘이 드라구신 영입에 공을 들이는 막바지 변수가 발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이자 유럽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 참전했다.
'스카이스포츠 독일'의 플로리안 플라텐버그 기자가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 영입을 위해 이적료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공식 오퍼 개념이며 바이에른 뮌헨은 기본 이적료 2,300만 유로(약 331억 원)에 실행 가능한 옵션 750만 유로(약 108억 원)를 를 제시했다. 최대치 3,050만 유로(약 440억 원)를 지불하는 제안이다.
플라텐버그 기자는 "바이에른 뮌헨은 드라구신을 가로채기 위한 시도를 한다. 영입에 매우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드라구신 영입전에서 후발 주자다. 뒤늦게 뛰어들었어도 독일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세계 최고 구단의 자신감을 앞세우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하이재킹에 꽤나 자신있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한쪽으로 기우는 게 사실이다. 클럽 규모와 역사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우월하고, 선수에게 중요한 우승 가능성에서도 토트넘이 유혹하기란 쉽지 않은 대상이다.
더구나 바이에른 뮌헨도 꽤나 다급한 상황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에게 달려든 이유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를 대체하기 위함이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수비진을 구성하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를 센터백으로 결정했다. 포백 전술을 사용하는데 있어 전문 센터백은 대체로 2배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4명의 센터백을 맞추기 위해 유망주인 다렉 부흐만을 추가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비롯한 월드클래스 센터백 3명이라면 한 시즌을 충분히 풀어갈 것으로 봤다. 부상 변수를 간과한 게 컸다. 더 리흐트가 지난 여름 A매치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개막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중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 리흐트의 재활은 늦어졌고 우파메카노가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멀쩡한 중앙 수비수는 김민재 한 명 뿐이었다.
별다른 로테이션을 제공받지 못한 김민재는 계속 뛰었다. 여기에 A매치를 위해 한국으로 장거리 이동까지 하면서 체력이 많이 고갈됐다. 김민재는 개인 기량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간혹 체력이 떨어졌는지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는 실수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투헬 감독은 신뢰를 전했다. 김민재도 온힘을 짜내 전반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괴물 같은 김민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바이에른 뮌헨은 센터백 보강을 결심했다. 겨울에 즉시 전력감을 영입해 김민재가 짊어지고 있는 출전 부담을 어느정도 내려놓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더구나 김민재는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오래 결장한다. 김민재 없는 상황에서 더 리흐트, 우파메카노와 경쟁하며 상황마다 뛰어줄 카드가 필요했다.
그런데 드라구신은 신의를 지켰다. 토트넘은 드라구신과 먼저 접촉한 이점을 확실하게 누렸다. 로마노도 "드라구신은 토트넘과 협상하며 나눴던 초기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라고 했다. 토트넘은 이제 드라구신 영입을 확실하게 마무리하면서 겨울 이적 시장 1,2호 영입에 성공한 모습이다.
오죽하면 드라구신의 에이전트 플로린 마네아도 '데일리메일'을 통해 "우리가 바이에른 뮌헨을 거절했다는 걸 믿기 힘들다. 그러나 드라구신은 토트넘과 이미 합의한 상태였고 끝까지 존중하기로 했다. 다만 나는 아직도 바이에른 뮌헨을 거른 것에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라고 웃었다.
이어 "이미 토트넘으로 가기로 결정한 뒤 바이에른 뮌헨의 제안을 받았다. 런던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받은 연락이었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워낙 세계적인 클럽이라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드라구신은 물론 가족들도 바이에른 뮌헨을 거절하기로 했다. 지금은 충격이 크지만 언젠가 바이에른 뮌헨에 도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도 했다.
점차 굵직한 곳에서 협상 완료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토트넘이 제노아와 드라구신 이적료 합의를 눈앞에 뒀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시절 토트넘에 합류했던 제드 스펜스를 드라구신 영입 대가로 제노아에 임대할 수 있다. 스펜스는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임대 생활을 했지만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도‘ “토트넘이 드라구신 영입에 임박했다. 토트넘은 드라구신 영입 조건 일부로 스펜스 임대를 제노아에 제안했다”라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제노아에 드라구신 이적료로 3000만 유로(약 432억 원)를 지불할 예정이라 전반적으로 같은 기조를 보여준다.
토트넘이 드라구신을 품으면서 이제 센터백 정리에 돌입한다. 그동안 중앙 수비수 4순위였던 에릭 다이어를 처분할 기회가 마련됐다. 다행히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과 다이어 투 트랙 전략을 보여왔기에 바로 다이어 영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에른 뮌헨은 토트넘에서 보여주는 다이어의 입지와 달리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더불어 토트넘 시절 좋은 관계를 맺었던 해리 케인이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상당한 입지를 자랑하는 주장 마누엘 노이어도 두팔 벌려 환영했다.
노이어는 "이적 담당자들이 예산 안에서 올바른 해결책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다이어는 좋은 이름이다. 책임자들이 시장을 살펴본 결과 결정한 것이기에 우리는 믿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지니는 비중을 봤을 때 다이어를 향한 지지 메시지는 협상에 급물살을 타게 해주는 신호와도 같다. 또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노이어가 OK 입장을 밝힌 만큼 다이어도 자신감을 가지고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한편 토트넘은 드라구신 영입 전에 독일에서 티모 베르너를 데려왔다.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베르너를 임대로 데려왔다. 베르너는 독일 대표팀 출신으로 2023-24시즌 종료까지 반 시즌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여름에 완전 영입 옵션을 발동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라고 발표했다. 베르너가 토트넘에서 달고 뛸 번호는 16번이다.
토트넘에 합류한 베르너는 "첼시에 합류했을 때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대화는 좋았다. 토트넘 팀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토트넘은 나에게 딱 맞는 팀이다. 우승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재도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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