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제자리인 기준금리… 한은, 물가·부동산PF 딜레마에 8연속 동결(종합)

박슬기 기자 2024. 1.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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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진행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이 1년째 3.50%의 금리를 유지하며 8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뚜렷해야 긴축 기조를 바꿀 것이라고 밝힌 만큼 올 하반기에는 물가가 꺾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으로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이날까지 1년째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있다.

한은 입장에선 2021년 8월부터 이어진 통화 긴축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와 취약차주의 연체율 상승, 저성장 기조 등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한은 통화정책방향의 최우선목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3%대에 머무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은 만큼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여 미국 통화정책 등을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3%까지 내려왔지만 8월 3.4%를 기록한 후 9월(3.7%), 10월(3.8%), 11월(3.3%), 12월(3.2%)로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는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 하향 조정했다. 최근 기획재정부도 이를 기존 2.4%에서 2.2%로 낮춰잡으며 저성장을 예고했다.

한은은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부채는 1095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긴했지만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오르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PF의 부실 확대 우려도 적지 않다.

한은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 흐름을 지속하면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86%로 비취약차주에 비해 크게 높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1.91%로 은행(0.35%) 대비 상당히 높다.

은행권 대출이 건설·부동산 업종을 위주로 증가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한은의 '업종별 대출 집중도' 분석에 따르면 전체 금융기관의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1.75%로 전년 동기(0.72%) 대비 2.4배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통화정책 운용에서 방점을 뒀던 부문이 물가 안정에서 이젠 경기 성장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엔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 확대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지만 연준 내부에선 여전히 통화 긴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2.00%포인트)가 더 확대돼 외환시장 불안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다.

한마디로 한은은 부동산PF·물가·저성장·가계부채 증가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우선 8연속 동결을 결정하며 상황을 관망한다는 복안이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전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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