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깊었던 10분 40초, 그리고 426일 만에 10P…이승우는 자신보다 D리그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다 [MK인터뷰]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1.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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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창원 LG는 KBL에서 가장 탄탄한 로스터를 갖춘 팀이다. 확실한 에이스는 없지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그 누구든 코트 위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다.

로스터가 너무 탄탄해 매 순간, 매 경기가 경쟁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경쟁은 당연한 일이지만 LG만큼 치열한 팀은 찾기 힘들다. 그중 2, 3번 포지션은 확실한 주전도 벤치도 없다.

이승우는 지난 현대모비스전에서 2쿼터를 지배하며 LG의 2연패를 스스로 끊었다. 사진=KBL 제공
이 과정에서 이승우는 오랜 시간 LG의 보석함에 갇혀 있었다. 조성원 체제에서 신뢰받았던 특급 신인은 조상현 체제가 되면서 금세 잊혔다.

이승우는 신인 시절이었던 2021-22시즌 무려 41경기에 출전, 평균 21분 24초 동안 7.0점 4.2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최고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던 그는 조성원 감독이 원하는 다양한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하이라이트는 2022년 2월 12일 서울 삼성전이었다. 이승우는 40분 풀타임 출전, 19점 10리바운드 7어시스트, 트리플더블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재다능하다는 평가가 빛이었다면 그림자도 있었다. 부족한 슈팅 능력, 그리고 떨어지는 수비 이해도가 발목을 잡았다. 조성원 감독이 떠난 뒤 조상현 감독이 오면서 LG는 수비 중심의 팀이 됐다. 즉 수비 이해도가 떨어지면 출전 시간을 받기 힘들었다. 이승우는 여기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승우는 2022-23시즌 25경기 동안 평균 15분 22초 출전했다. 신인 때보다 크게 줄어든 기록. 그러나 2023-24시즌에는 2023년 기준 4경기 출전에 그치며 더욱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가 서야 할 포지션에는 기존 이관희, 저스틴 구탕, 그리고 윤원상에 신인 유기상까지 합류하면서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조상현 감독은 이승우의 슈팅, 그리고 수비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진 재능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결국 1군에서 뛰려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D리그에선 최고였던 이승우다. 그는 지난 4일 상무전에서 3점슛 3개 포함 28점 18리바운드 11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 2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D리그 기준). 그리고 다시 1군 엔트리에 합류,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기회를 잡았다.

이승우는 10분 40초 동안 10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득점은 2022년 11월 6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10점) 이후 426일 만이었다. 그의 활약을 예상하지 못한 현대모비스는 크게 당황했고 결국 무너졌다. LG 역시 2연패 위기에 등장한 이승우 덕분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이승우는 끝까지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KBL 제공
이승우는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0분 이상 출전한 경기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웃음). 정말 오래된 것 같다.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 (이)관희 형부터 (정)희재 형, (한)상혁이 형이 언젠가 기회가 오니까 그걸 잡기 위해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해줬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지만 견디다 보니 현대모비스전과 같은 날이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기회가 오지 않은 것에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만큼 내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 독해질 수 있었다. LG에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출전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우는 똑똑한 선수다. 플레이 자체도 영리하지만 무엇보다 조상현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내부 경쟁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조상현)감독님이 내게 원하는 걸 알고 있고 그걸 코트 위에서 해낼 수 있다면 경쟁이 아닌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방법은 많다. 결국 내 몫이다. 나의 장점을 늘리고 감독님이 추구하는 농구를 해야 출전 시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행복한 하루를 보냈던 이승우다. 그가 코트에 설 때 창원 팬들은 엄청난 환호로 반겼다. 잊힌 유망주의 코트 복귀를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런 팬들을 본 이승우는 울컥했다고 한다.

이승우는 “교체되어 코트로 들어갈 때 정말 많은 분이 박수를 보내주셨다. 그때 울컥했다. 그리고 죄송했다. 잘 뛰지도 못했는데….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퇴근할 때도 괜찮다며 믿어주신 팬들도 계셨다. 그런 분들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뛸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 뛸 날이 많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승우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D리그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인 것이다. 그는 “D리그에서 트리플더블을 한 것을 시작으로 좋은 일들이 계속 생겼다. 내가 잘한 것도 있겠지만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함께한 D리그 동료들이 생각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모두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승우는 “내게 있어 프로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은 항상 뜻깊고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잘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또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현대모비스전을 계기로 힘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우는 힘든 시기를 함께한 D리그 동료들을 잊지 않았다. 사진=KBL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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