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공사중단·법정관리…쓰러지는 종합건설사들, 작년 581개사 폐업

윤지원 기자 2024. 1. 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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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2005년 이후 폐업 수 최대
‘준공 후 미분양’ 80% 차지 지방 건설사 위기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서울 스카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에 시민들의 각종 주거 형태가 보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서초구 방배동 ‘방배 신일해피트리’ 주상복합 공사 현장은 공정률 50%에 못 미친 상태로 멈춰있다.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던 이 사업장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13위권 신일건설이 시공을 맡았다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전국적으로 이런 유사한 사업장들은 더 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총 581곳이다.

1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간한 ‘1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전년 대비 219건 증가한 총 581건에 달했다. 이는 2005년(629건) 이래 가장 많다.

종합건설기업 폐업 건수는 2020년 327건, 2021년 305건, 2022년 362건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최근 몇 년간은 300건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폐업 기업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난 업체도 전년보다 1곳 늘어난 6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방 건설사가 전체 폐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더 큰 위기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 짓고 난 뒤에도 안 팔리는 ‘악성 미분양’ 이 늘면서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미수금, 미청구공사가 쌓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총 1만465가구로 이중 지방 물량이 전체 80%(8376가구)를 차지했다.

민간 수주 자체가 줄어든 것도 폐업이 늘어난 배경 중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민간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35.4% 급감했다.

건설사 자금 사정은 계속 나빠질 수 있어 폐업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관리가 본격화하면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2년도 건설 외부감사 기업(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외부감사를 받는 929개 건설 업체 중 잠재적 부실기업은 전체 41.6%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즉 회사가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채무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올해도 PF 물량 등 제반 환경을 볼 때 수주 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가 올해 사회간접자본(SOC)을 늘릴 예정이라고 하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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