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층 꿈꿨는데 눈 떠보니 73층”…삼성家 세 모녀 블록딜 여파로 삼성전자 ‘뚝’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 오너 일가 세 모녀의 계열사 지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가 11일 증시에서 약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0.54% 하락한 7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만3000원 대가 무너진 7만2900원으로 장을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7만3600원) 대비 1.22% 하락한 7만27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 세 모녀의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 여파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업계에 따르면 전날 홍 전 관장, 이 사장, 이 이사장은 삼성전자 지분 총 2조1900억원어치(2982만9183주)를 블록딜로 매각하기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주당 매각가는 이날 종가인 7만3600원에서 1.2∼2.0% 할인된 수준이며,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일부 지분도 블록딜 형태로 매각에 나섰다.
세 모녀의 계열사 지분 매각은 납부해야 할 상속세 마련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는 투자은행(IB) 업계발 소식을 통해 세 모녀가 1.2% 할인된 가격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하는 데 성공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주관사 측은 2%대 할인율을 목표로 블록딜에 돌입했지만 매각 규모의 7~8배에 달하는 15조원 이상의 기관투자가 수요가 몰리면서 낮은 할인율로 전량 매각에 성공했다. 이번 블록딜에선 골드만삭스·씨티·UBS·JP모간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앞서, 세 모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난해 10월 하나은행과 삼성전자 지분 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이번 블록딜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상속세 납부에 쓸 예정이다.
한편,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유족에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이었다. 이로 인해 삼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2조원에 달한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 모녀는 그동안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앞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지만, 연간 이자만 2000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 압박이 큰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8만전자’에 근접한 연이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7만9600원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7거래일 만에 7.91%나 하락하며 7만원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연일 피벗(pivot, 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대한 발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애플 등 미국 주요 기술주의 약세가 악재로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이후 미 증시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작년 4분기 기록한 ‘어닝 쇼크’의 여파로 삼성전자에 대한 투심이 약화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가에선 연일 삼성전자의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6조5400억원으로 전년보다 84.92%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03% 줄었다. 이는 작년 3분기 2조4300억원보다 15.23% 증가한 수준으로 직전 분기보다는 개선된 것이다. 다만 시장이 최근 실적 눈높이를 3조∼4조원대까지 높였던 만큼 여기에는 크게 못 미쳤다.
전날 증권사 총 10곳(한국·NH·DS·IBK·BNK·하이·흥국·현대차·삼성·키움)이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중 3곳이 목표주가를 올렸고 나머지는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제시된 목표주가들 가운데 최고는 9만9000원, 최저는 8만6000원이다.
단일 분기를 넘어선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해선 애널리스트들 모두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판가 상승이 제한적이었더라도 재고 부담을 낮춘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라는 점에서다. 재고 정상화와 맞물려 메모리 판가 상승, D램의 흑자 전환, 고대역폭메모리(HBM)-3의 본격적인 실적 기여 등을 감안하면 실적 회복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이들 의견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HBM 수요, 일반 서버와 PC용 DDR5 수요에 힘입어 파운드리와 팹리스 산업 대비 양호할 것으로 보이며, 거시경제 영향을 크게 받는 타 산업 대비 투자 매력도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며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수요 등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모멘텀도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차익실현을 고민하기에는 이른 시점으로 본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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